등골은 오래된 현악기
누르면 삐걱 소리만 내고 춤추지 못하네
눈은 먼지 낀 망원경
세상 풍경은 흐릿하게 뒤틀린 채 비친다
발은 퇴직한 마부
길 위를 달릴 힘은 없고
손가락으로만 바람을 쫓아보다
모기 한 마리 장군처럼 나를 굴복시키네
약봉지 군단 하루를 지휘하며
식탁 위 반찬 하나까지 회의록으로 남기고
세상은 여전히 연극 중인데
나는 좌석에서 팽이처럼 돌아가며 박수 친다
늙음이 장난치듯 시간은 뒤로 도는 척
나는 창문 너머로 웃음 짓는 길을 바라보다
세상과 나 서로를 비웃으며
느릿하게 한숨에 세월 담아 숨을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