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살이 들녘에 스며들 때
고막강은 천천히 숨을 고르며 흐르고
갈대 사이로 번지는 바람의 숨결은
세월의 깊은 노래를 싣고 간다
논둑에 맺힌 이슬은
밤하늘에서 흘러온 별빛처럼 반짝이고
그 위를 건너는 작은 새의 날갯짓은
새로운 하루의 기도를 닮았다
봄이면, 함평의 하늘은
온통 날개로 채워진다
수천의 나비가 꽃잎 위에 내려앉아
땅과 하늘을 잇는 다리가 되고
아이들의 웃음은 그 다리 위에서
빛처럼 흩어진다
웃음은 오래도록 메아리쳐
마을 담장과 골목을 타고 흐르며
사람들의 마음을 투명한 향기로 채운다
그 순간 하나의 거대한 정원 되어
우리가 잃어버린 꿈의 나라가 된다
여름이 오면, 논두렁은 깊은 푸름으로 출렁인다
바람에 흔들리는 벼 이삭은
파도처럼 밀려와 서로의 어깨를 부딪치며
끝없는 바다의 노래를 부른다
농부의 이마 위에 맺힌 땀방울은
햇살에 부서져 다이아몬드처럼 빛나고
빛은 흙 속에서 자라는 뿌리까지
조용히 스며든다
가을이 오면, 함평은 황금빛 바다로 물든다
벼이삭은 바람에 몸을 기울이며
세월의 무게를 노래하고
농부의 손길은 흙 위에 긴 시를 남긴다
시는 바람에 실려 마을 끝으로 흘러가고
들녘 위에는 익은 곡식의 향기와 함께
감사의 기도가 피어난다
겨울, 눈 내린 마을은
고요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지붕 위에 내려앉은 흰 빛은
세월의 먼지를 덮어주고
장작불 옆에 앉은 사람들의 눈빛은
어둠 속에서도 환하다
아이들의 손끝에서 흰 눈사람이 태어나고
할머니는 뜨거운 국을 내어준다
국물 속에는 긴 세월과 흙냄새
잊히지 않을 따스한 정이 녹아 있다
고향의 길은 언제나 느리고 깊다
돌담 위의 작은 들꽃
한낮의 느릿한 바람
저녁놀에 붉게 물드는 산허리
풍경 속에서 사람들은 배우게 된다
삶은 화려한 불꽃이 아니라
한 알의 씨앗이 뿌리내리고 자라
마침내 하늘을 바라보는
단순하고 묵묵한 기다림
오늘도 우리에게 속삭인다
삶은 나비의 날개짓처럼 연약하면서도
흙과 바람이 키워낸 곡식처럼 굳세며
영산강의 물처럼 쉼 없이 이어진다고
그리고 우리는 알게 된다
나비가 날아드는 들판
아이들이 웃는 마을
바람이 지나가는 논두렁
모든 것이 모여 하나의 이름
내 고향 함평 고을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