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의 시인

by 노준성

폭풍이 멈춘 바그다드
검은 커피가 잉크를 대신하고
종이는 모래의 시체로 얼룩진다
거리는 신의 이름이 사라지고
언어만이 기록을 더듬기 시작한다
붕괴된 벽의 돌사이마다
누군가의 문장이 희미하게 새기면
기도보다 오래 남는 증언이라
이름을 잃은 사람들의 흔적은
한 줄의 문장으로 복원된다

불빛 없는 밤
어둠이 종이를 감싸 안는다
새벽이 오면 그 종이는
무너진 돌무더기 사이
진실이 그것을 옮기고
세월은 해독하지 않는다
끝내 사라지지 않는 목소리로
흔적의 재 위에서

문장은 시에 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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