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곡하는 날

by 노준성

햇볕은 낟알 위에서 오래된 손마디를 비추고
쇠이빨 같은 기계가 인생을 털어내듯 돌아간다
한 줌의 벼가 쏟아질 때마다
농부의 주름이 한 줄 더 깊어진다
볐짚은 흩어지고
벼만이 남아, 쌀이 되겠지
삶이란 어쩌면
이삭이 몸을 내주는 일,
허공에 흩어지는 껍질에도 의미를

남기는 것이다
탈곡이 끝난 들판은
빈 볏짚들이 고개를 숙이고 서 있다
그들도 배 고프던 시절을 기억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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