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도시의 새벽 공기가 폐 깊숙이 칼처럼 스며들 때
뱉어낸 숨조차 여기는 타향이라 말하면
그는 이방인이다
문 밖을 나선 길의 발자국이 바닥의 허공에 닿기도 전에
어제의 길이 아니라며 흩어지면
그는 이방인이다
차창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태양이 보내준
그림자와 어색하게 겹쳐 보이면
그는 이방인이다
카페 음악이 심장의 리듬보다 느리게 절뚝이며 흘러가다
버린 나태의 강에 시간을 띄운다면
그는 이방인이다
세상의 대화 속 따뜻한 웃음이 다가와도 눈치 없이
자신을 무심히 통과하고 사라져 버리면
그는 이방인이다
오늘을 비추는 빛이 쏟아지는 삶에서
자신의 그림자만 따라오지 못해 울먹이면
그는 이방인이다
낯선 언어로 기도하는 사람의 간절한 입술이 자신의 깊은
침묵보다 더 선명하게 느껴질 때
그는 이방인이다
시간의 오류 너머에 다시는 도착할 수 없어 모든 걸 지우고 싶은
어제를 간절히 그리워할 때
그는 이방인이다
절망에 닿는 열정이 순간 식어버릴 것을 알고도
그 찰나를 놓치지 않으려는
그는 이방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