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노숙자라고 합니다

by 노준성

새벽이 차갑게 바닥을 훑고 올라온다

가로등 푸른 숨결이 희미해질 즈음

이불 삼은 신문지 사이로 골목의 칼바람이 들고난다

남아있는 온기 전부를 잃고

먼지보다 가벼운 존재가 되는 시간

이름 없는 자리 위로

하루가 다시 차갑게 인도한다

낡고 축축한 궁전에서 흘러나온 소음이

진수의 성찬을 요리한다

라면 국물의 뜨거운 열기

갓 굽힌 빵의 따뜻한 숨결

이 거리를 살아있는 자들의 냄새로 채운다

햇빛은 차가운 철 기둥에 기대어

잠시 세상의 소란을 눈감는다

짧고 연약한 걸음걸이에서

가슴 시린 한때의 이름을 겨우 꺼내본다

정오는 지쳐 공원 바닥에 엎드리고

비둘기의 그림자만

버려진 동상 아래 고요를 나눈다

세상의 시간은 멀리 식어가고

거리의 흐릿한 배경으로 서서히 지워진다

저녁이 수많은 눈부심으로 도시를 감싸면

무심한 바람이 신문지를 덮는다

구걸의 흔적도 돌고 돌아 멀리서 걸어오고

세상에 남겨진 한 점의 사연이

무거운 밤을 사뿐히 잠재운다

모든 빛이 꺼진 뒤에도

남는 것은 차가운 바닥의 기억과

그 위를 억지로 이어가는 숨 한 줄기

그것이 오늘의 소멸이며

다시 시작될 내일의 유일한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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