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by 노준성

푹신한 구름 이불속

세 시의 햇살이 눈가를 간질 거리면

아, 이게 천국인가

그냥 월요일 오후인가

책상 위 커피 잔은 미세하게

진동하며 선언한다

영원히 차갑게 나를 채워라

키보드 소리는 윤회의 만트라

Ctrl+C, Ctrl+V,

Ctrl+… 아, 내 인생

엄지손가락은 저울대 위에서 방황한다

‘좋아요’ 하나에 영혼 1g 증발

스크롤을 내린 만큼

새로운 빈 계정들이 강둑에서 손짓한다

다음 생엔 권력자로 태어나라

현실의 윤회는 여기서 벗어나는 것

문득 눈을 뜨면

손목시계 바늘만 빙글빙글 돌고

낮잠의 ‘영원’은 고작 15분

인생의 ‘영원’은 어쩌면 퇴직연금

이 깨달음마저

다음 낮잠의 씨앗인가

꿈속에서도 꿈을 꾸는 자

자면서도 쉬지 못하는 자

윤회란 새 옷을 갈아입는 게 아니라

똑같은 잠옷을 계속 입어보는 것

그럼 내일 낮잠에는

혹시 나비가 되어 날까?

이미 알람이 울릴 시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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