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열기도 전에
미리 와 기다리는 얼굴들이 있다
창가에 먼저 내려앉는 햇빛의 엉덩이
식지 않은 채 되돌아오는 지난 생각들
말없이 내 체온을 기억하는 의자 같은 하루
그녀일 때도 있고
낡은 물건의 표정일 때도 있으며
그저 스쳐 가는 바람 일 때도 있지만
그들은 계산대 앞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값을 치러야 할 마음의 빚을 묻지 않는다
내가 흔들리는 날이면
평소보다 조금 더 무겁게 앉아 중심을 잡고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마음의 모서리마다
묵은 먼지를 털어내며
나보다 먼저 나를 마중한다
특별한 대접을 한 적 없건만
무너지지 않을 만큼의 적당한 무게만
내 어깨에 얹어두고 간다
사라질 듯하다가도 기어이 돌아와
내 삶의 문을 닫지 못하게 붙잡는 것들
지루하게 반복되는 겹무늬의 하루는
내가 아직 버티고 있다는 증거로
오늘도 종소리 없이 문을 밀고 들어오는
나의 고마운 단골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