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소리 없이
앞으로 조금씩 이동하고
한 생은 미련 없이
기다림의 가장 끝에 잠든다
하늘 가는 표가 입 밖으로
낮아져 바람에 날릴까
종이의 무게로만
눈물 속에 남는다
말해지지 못한 사연들이
지나치며 가라앉을 때
향은 기도를 흉내 내며
숨결 사이를 오래 머문다
살아 있음이 미안한 시간
닫히는 문 앞에서
시간은 방향을 잃고
동행의 길도 갈라진다
불은 묵묵히
되돌림 없는 동작으로
한 사람의 삶을 녹여
가장 가벼운 흔적만 남긴다
남은 것들은
연기 위를 향하지만
떠난다는 말은 고개를 숙인 채
각자의 무게를 집어 든다
세상의 빛은 여전히 평범하고
방금 나를 맴돌던 슬픔은
한 조각의 기억만 보듬어
사라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