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터에서

by 노준성

시간은 소리 없이

앞으로 조금씩 이동하고

한 생은 미련 없이

기다림의 가장 끝에 잠든다


하늘 가는 표가 입 밖으로

낮아져 바람에 날릴까

종이의 무게로만

눈물 속에 남는다


말해지지 못한 사연들이

지나치며 가라앉을 때

향은 기도를 흉내 내며

숨결 사이를 오래 머문다


살아 있음이 미안한 시간

닫히는 문 앞에서

시간은 방향을 잃고

동행의 길도 갈라진다


불은 묵묵히

되돌림 없는 동작으로

한 사람의 삶을 녹여

가장 가벼운 흔적만 남긴다


남은 것들은

연기 위를 향하지만

떠난다는 말은 고개를 숙인 채

각자의 무게를 집어 든다


세상의 빛은 여전히 평범하고

방금 나를 맴돌던 슬픔은

한 조각의 기억만 보듬어

사라지고 말았다

월, 화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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