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지 마세요

by 노준성

입술 가장자리에 머무는 말

어떤 체온을 지니고 있는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끝내 건너지 못한 감정이

숨결로 흩어질 때마다

마음의 이성들은

소리 없이 흔들립니다


그러니, 부디

고백하지 마세요


지금 우리는

빛이 세지도, 어둡지도 않은

그늘에 서 있습니다

웃음은 가볍게 오가고

침묵은 오래 눕는 자리

서로의 계절이 바뀌는 걸

말없이 바라보는

이 거리의 온도를

사랑합니다


서로의 진심이

문턱을 넘는 순간

우리가 공들여 쌓아온

이 다정한 침묵은

깨진 유리처럼 소리를 낼 것입니다

고백은 종종

가장 환한 시작이지만

어떤 마음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이별의 예보이니까요


그 말 대신

내일의 하늘 이야기를 해주세요

어제 본 영화의

허술한 결말이나

길가에서 우연히 피었다가

이름 없이 지는 꽃에 대해

말해 주세요

사랑이라는

크고 단단한 이름으로

묶이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서로의 곁에 충분합니다


욕심을 비워낸 자리에서만

겨우 숨 쉬는

이 가느다란 연결을

부디 꺾지 말아 주세요

바라보는 일만으로도

겨우 견딜 수 있는

이 시린 계절의 끝에서

당신의 소중한 진심을

조금만 더

가슴 안에 머물게 해주세요


나를 잃지 않기 위해

그리고

당신을 잃지 않기 위해

월, 화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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