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라는 거대한 담장 안에서
스스로 문을 잠그고 숨 쉬는 법을
연습해 온 당신을 봅니다
매일 같은 시각, 알람은 삶을
두드리는 간수의 구두 소리처럼
잠든 영혼을 깨우고 손목 위의 시계는
보이지 않는 쇠고리로
당신의 하루를 죄어 왔겠지요
어제라는 벽에 등을 대고
내일이라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숨 한 번 고르는 일조차 투쟁이었을 운명,
내뱉지 못한 마음의 멍은
소매 아래서 오래 식지 못하고
웃음은 늘 상처를 가리는
얇은 위장복이었겠지요.
그러나 기억하세요. 이 감옥의 열쇠는
처음부터 잃어버린 적 없었습니다
당신의 주머니
가장 따뜻한 체온이 머무는 곳에
늘 조용히 닿아 있었습니다
당신을 가둔 것은
세상의 잣대가 아니라
스스로를 겨누던 날 선 자존심의
칼날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이제 그만 자신을 향한 심문을 풀고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쉬어도 괜찮습니다
담장 너머의 하늘은
아직 한번도 닫힌 적 없고
당신이 딛고 선 이 좁은 바닥에서도
풀꽃 하나는 끝내 고개를 밀어 올립니다.
삶이라는 긴 여정에서
잠시 지도 밖으로 벗어나
쉼표에 머문 한 사람의 나그네일 뿐
오늘 밤,
마음을 짓누르던 철문이
달빛에 서서히 녹아
물처럼 흘러내리기를.
당신이라는 존재 그 자체가
이미 가장 완벽한 탈옥이자
이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자유임을
부디,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