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주 어릴 적 마을 어귀에 꽃이 피면
나무의 꽃이 아니라 죽음이 먼저 내민 얼굴이였던
모습일 때가 있었습니다
동네의 숨결들이 하나둘 마당으로 모여들고
누런 삼베옷의 상주들이 마루 끝에서 몸을 접으면
마을은 그제야 하나의 이별이 될 준비를 마쳤습니다
요령잡이 어르신의 낡은 종이 공기를 긁어 울릴 때마다
잠든 혼은 삐걱이는 문 하나를 밀고 마당으로 걸어 나왔을까요
상두꾼 서튼의 어깨가 서로의 체온을 걸어 잠그고
종이꽃으로 단장한 상여가 허공에 한 번 몸을 맡길 때
나는 그것이 하늘로 건너는 비단배인 줄만 알았습니다
“어허어어 넘차 어화, 이제 가면 언제 오나.”
그 소리에 할아버지는 끝내 대문을 넘기지 못했고
할머니는 치맛자락에 마른 눈물 하나를 접어
노잣돈과 함께 상여 밧줄 틈에 밀어 넣으셨습니다
고갯길이 휘청거릴 만큼 높았던 그 울음은
이승에 남은 미련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천천히
빗질하던 손길이었습니다
세상은 한 번의 개벽처럼 너무도 손쉽게 뒤집혔습니다
소달구지의 숨이 닿던 길 위로 아스팔트가 매끈히 덮이고
산 자들의 집은 구름보다 먼저 높아졌으나
사람들은 죽음을 더 이상 마당으로 들이지 않았습니다
상여는 먼지 낀 민속촌의 표본이 되었고
상두꾼들의 농담 섞인 눈물은 흰 장갑의 침묵 속으로
조용히 봉인되었습니다
요령 소리 대신 엔진이 골목을 채우고 우리는 이별을
견디는 법이 아니라 처리하는 순서만을 배웠습니다
오늘도 어느 장례식장 지하에 창 없는 객실에서
이름 하나 남기지 못한 누군가 고요히 길을 떠나겠지만
어깨를 맞대고 땀으로 배웅하던 그 뜨거운 상여 길은
이제 내 유년의 낡은 서랍 속에서만 딸랑, 딸랑—
아직 끝나지 않은 서글픈 곡소리를 혼자 울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