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어먹는다는

by 노준성

새벽은

거친 숨결로 먼저 깨어나

도시의 굽은 등을 두드린다

누군가는 이름 대신

제 생의 무게를 달고 높이 위로 올라갔다

손바닥은 하루의 결을 문지르며 견뎠으나

바람은 끝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높이는 늘 침묵했고

다만 발아래를 속절없이 비워둘 뿐이었다

고난은 배고픔을 모르는 입으로

식지 않는 박자를 되풀이하고

시간은 멈춘다는 것을

끝내 배우지 못한 채 톱니를 돌렸다

추락한 것은 몸만이 아니었다

주인을 잃은 저녁의 의자 하나

내일로 건너가는 문고리

끝내 불리지 못한 밥상 위 식어가는 웃음

현장은 서둘러 정돈되었다

산산이 흩어지던 공기는 차갑게 접히고

바닥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낯을 씻어냈다

그러나 돌아오지 못한 그림자는

텅 빈 방의 벽을 타고

해 지는 방향으로만 하염없이 길어졌다

세탁되지 않은 소매 끝에

무거운 밤이 걸릴 때야 알겠다

아직 내려오지 못한 것은

그의 몸이 아니라

그를 향해 한 걸음도 떼지 못한

우리의 발걸음이었음을

오늘도 누군가는

"괜찮다"는 말을 낡은 신발처럼 신고 문을 나선다

그 말의 닳아버린 뒤축에

조용히 매달린 수많은 숨들이

서로의 어깨를 부딪치며

소리 없는 종소리로 흩어지고 있다


월, 화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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