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지나가는 마지막 단풍잎마저 떠난 자리에
소나무가 내어준 시간들이 쌓인다
어머니와 동자는 갈퀴를 들고 산길을 타면
이슬꽃 피어난 길이 손님을 반기듯 자리를 내어준다
바스락, 바스락 갈퀴가 세월을 긁고
한 해의 무게가 갈퀴 끝에 차곡차곡 쌓이면
낙엽 한 잎과 작별의 언어 같은 솔잎 한 다발
모두 겨울을 건너갈 온기와 감싸 안을 등불이 된다
어머니는 손이 시리다 시간을 녹이고 다시 갈퀴를 든다
소나무 아래 침묵이 바위틈에 마른 잎까지 모으면
기억의 서랍도 마른 가지를 주어 오고
그리움의 끝자락까지 빠짐없이 옛 기억을 모은다
산 아래서 올라오다 미리 잘라온 세 줄의 서약
첫 번째는 묵묵히 감아 둘러 솔잎 지게의 허리를 조인다
두 번째는 단단히 흔들리지 않게 다시 한번 동여맨다
세 번째는 풀리지 않게 마지막 약속을 맺는다
어머니는 깊은 숨과 가난을 이고 일어선다
무릎 허리가 세월에 굽고 하늘이 한 뼘씩 멀어지면
산그늘이 어머니의 운명을 따라 내려온다
어머니의 그림자도 십자가처럼 늘어진다
삶의 모서리를 조심해도 거친 비탈길은 나타나고
그래도 무심이 기울어진 세상을 천천히 내려온다
솔잎 지게가 흔들릴 때마다 어깨에 세월이 실리고
이마와 등에서 한 생애의 열기가 올라온다
하늘 위로 기러기 무리 노을 사이를 요란하게 지나가면
겨울이 벌써 아궁이 앞에 쪼그려 앉아 어머니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