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이 그대의 정박이 아니라
자꾸만 수면 아래로 끌어당기는
무거운 닻이었음을 알아차렸을 때
나는 진심이라는 이름의 문장을
한 줄씩 한 줄씩 고이 접어
서랍 깊숙이 넣기 시작했습니다
그대의 계절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장애물 없이 흘러가야 하는데
'나' 라는 그늘에 발목이 걸려
빛의 속도를 잃어가는 것 같아
미안함은 사과로 끝나지 못하고
몸 안에서 오래 남아
저린 통증으로 자라났습니다
나의 모자람이 이 순간에도
그대의 시간을 갉아먹지 않기를
나의 서툰 체온이 이 공간에도
그대의 날개에 금을 내지 않기를
그래서 나는 불안한 시간에
머물던 자리를 비워 둡니다
사랑이 떠난 자리가 아니라
숨 쉴 수 있는 여백으로
나보다 더 넓은 품이 들어와
그대의 눈물에 먼저 손을 대고
웃음이 스스로 찾아오게 하기를
그대의 삶이 나로 인해 멈추지 않고
더 찬란해지기를 바라 봅니다
나는 다만 먼발치에서
그 빛이 낭비되지 않는 것을 바라보며
가장 슬픈 행복을 빌겠습니다
사랑해서 떠난다는 문장 뒤에
끝내 말하지 못한 나의 전부를
한 줄씩 한 줄씩 고이 접어
서랍 깊숙이 넣어 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