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벗어둔 숨결이 사라진 날
말없이 놓고 간 컵 가장자리엔
입술보다 먼저 식어버린 시간이 고여 있고
창밖으로 떨어지는 불빛마다
너의 그림자가 조금씩 따라온다
우리는 사랑을 말할 때마다
언제나 내일을 빌려 썼다
오늘은 너무 가벼워서
아껴 두었다가 꺼내면
더 오래 빛날 줄 알았다
손을 잡고도 서로의 그림자만
세어보던 밤이 지나치게 많았지
네가 떠난 뒤에야
사랑은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다 써버리고도 모자라는 감정이라는 걸
네가 웃으며 건넨 짧은 안부 하나가
이렇게 긴 그리움이 될 줄은
그때는 몰랐다
밤이 깊어질수록
기억은 더욱 또렷해져
너의 뒷모습을 앞질러 달려온다
잡히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불을 켜고 돌아올 자리를 채운다
혹시 이 사랑이 끝난 것이 아니라
나를 떠나 네 안으로 옮겨간 것이라면
언젠가 홀로 우는 밤
이 애절함 하나쯤은
그림자 뒤에 숨겨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