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 없이 붉은 꽃잎 위로
겨울바람이 스쳐 가면
눈보라 속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단아한 자태 하나
고고함이 먼저 피어난다
차가운 달빛 아래
짙은 녹음의 그늘 속에서
붉은 입술을 조심스레 열어
너는 말 대신
고독의 미소를 피워 보낸다
서리를 밟고 걸어오는
너의 발걸음 소리
땅끝까지 고집스레
생의 고난을 끌어안고
흰 눈을 깨우는 작은 불꽃이 되버린
네 안에 잠든 영혼은
기다림 없이 이미
봄으로 와 있었다
한 송이 한 송이 피고 지는 사이
우주는 잠시 숨을 고르고
백설의 아름다움이
사라져 버려도
끝내 돌아서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