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해 하고도 몇 년을 더 더듬는 시간
보리가 이삭을 밀어 올리는 계절이면
아버지는 장터의 비릿한 바람을 뚫고
검은 눈동자가 살아있는 숭어 한 마리를
신문지에 눅눅하게 말아 쥐고 오셨다.
마당 수돗가에 퍼지는 은빛 비늘의 노래
어린 나의 눈에 비친 그것은
바다를 통째로 길들인 단단한 힘이었다.
막장이 그릇 가득 고소함을 예고하면
투박하게 썰려 나온 붉은 빛 살점들
그것은 생선이라기보다 차라리
봄바다의 파도를 뭉쳐놓은 근육이었다.
어금니 끝에 닿는 아삭한 저항
씹을수록 단단하게 차오르는 육질은
어린 혀 위에서 쫄깃한 춤을 추고
뒤늦게 터지는 은은한 단맛은
가난한 식탁을 풍요로운 바다로 바꾸어 놓았다.
숭어는 보리 필 때 먹어야 진짜 만나지
무심하게 툭 던지시던 아버지의 한마디가
이제는 쫄깃한 그리움이 되어
해마다 보리 싹이 트면
입안 가득 탄력 있는 봄을 불러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