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이 물러간 자리
끝없이 드러난 갯벌은
하늘과 바다가 닿아 있던 기억을 간직한다
맨발로 내딛을 때
차갑고 부드럽게 감싸오는 흙의 숨결
그 안에서 나는 오래전
여름을 다시 만난다
작은 조개가 내 발길 옆에서 반짝이며
바다의 속삭임을 이어주고
게의 가느다란 발자국은
별빛처럼 흩어져 길을 만든다
낙지가 남긴 굽이진 흔적은
삶이 흘러가는 모양 그대로다
해질녘
붉은 노을이 갯벌 위로 번지면
그 빛 속에서 바다는 잠시 사라지고
내 마음만이 고향처럼 드러난다
고향의 갯벌은
단순한 땅이 아니라
바다가 남겨놓은 시(詩)의 여백이다
그 여백 위에서 나는
잃어버린 목소리들을 듣는다
돌아가신 이들의 발자취
함께 웃던 얼굴
사라진 듯 남아 있는 따뜻한 시간
그래서 갯벌은 늘
고향의 심장처럼 고요히 뛰고 있다
나는 그 위를 걸을 때마다
내 안의 바다가
천천히 밀려오는 것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