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2

by 노준성

썰물이 물러간 자리

끝없이 드러난 갯벌은

하늘과 바다가 닿아 있던 기억을 간직한다


맨발로 내딛을 때

차갑고 부드럽게 감싸오는 흙의 숨결

그 안에서 나는 오래전

여름을 다시 만난다


작은 조개가 내 발길 옆에서 반짝이며

바다의 속삭임을 이어주고

게의 가느다란 발자국은

별빛처럼 흩어져 길을 만든다

낙지가 남긴 굽이진 흔적은

삶이 흘러가는 모양 그대로다


해질녘

붉은 노을이 갯벌 위로 번지면

그 빛 속에서 바다는 잠시 사라지고

내 마음만이 고향처럼 드러난다


고향의 갯벌은

단순한 땅이 아니라

바다가 남겨놓은 시(詩)의 여백이다

그 여백 위에서 나는

잃어버린 목소리들을 듣는다

돌아가신 이들의 발자취

함께 웃던 얼굴

사라진 듯 남아 있는 따뜻한 시간


그래서 갯벌은 늘

고향의 심장처럼 고요히 뛰고 있다

나는 그 위를 걸을 때마다

내 안의 바다가

천천히 밀려오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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