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수 Dec 25. 2020

[DAY111(3)] 나타(=에그타르트)의 천국

지수 일상 in Porto


비가 너무 많이 내린 탓에 더 이상의 일정은 소화할 수 없었다. 가로로 비가 내리다니? 숙소로 터덜터덜 걸어가던 중 나는 달콤한 냄새에  고민도 하지 않고 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Fabrica da NATA. 포르투에서는 에그타르트를 Nata라고 부르는지 달콤한 냄새를 따라 들어간 곳에는 수 십 개의 에그타르트가 진열되어 있었다. 우와-하는 감탄사를 작게 뱉은 나는 곧장 카운터로 가 나타를 4개 주문했다. 가격도 착해서 개당 1유로밖에 안 했다. 말도 안 돼. 가격이 이렇게나 저렴하니까 포르투에 오면 다들 이걸 하루에 두세 개씩 계속 먹지. 한국에 있을 때도 파X바게트에 가면 에그타르트는 무조건 사 와야 하는 최애 베이커리 중 하나일 정도로 좋아했는데 포르투에 오니 나를 위한 천국인 줄 알았다. 그래서 나도 여느 사람들처럼 4개를 샀다.(하하) 포장한 나타를 들고 숙소로 와서 그런지 마음이 푸근해졌다.



숙소에 돌아온 나는 집주인 언니가 집을 비우기도 하고 그동안 집을 잘 둘러보지 못한 것 같아 거실로 나갔다. 정말 이곳에 사는 사람의 취향이 곳곳에 녹아있는 듯한 소품과 가구가 눈에 들어왔다. 취향을 저격한 유리 테이블부터 의자, LP판과 액자들까지. 분명 나는 집을 더 둘러보기 위해 나왔는데 한 구석에 있는 Gil을 발견하고는 곧장 그에게로 향했다. 어젯밤 집주인 언니와 이야기하다가 알게 된 사실은 Gil이 스트릿 출신이라는 것. 길에 버려진 채로 덜덜 떨고 있던 어린 고양이었던 Gil을 데리고 와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다는 것. 확실히 스트릿 출신이라 그런지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가 적은가? 한국에 있는 내 고양이 치즈와는 달리 정말 사람에 대한 호기심도 많고 애교도 많았다. 스스로도 귀여운 거 100퍼센트 안다고 할 정도로 즐기는 것 같다. 하긴 귀여우면 다지? 이 숙소를 예약하길 잘했다는 걸 다시금 생각하며 혼자 뿌듯해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온도도 급격하게 낮아져 쌀쌀해졌다. 비가 그칠 때까지 조금만 있다가 나가야지 했는데 조금 쉬다 보니 한국으로 들어가기 전 처리해야 할 일을 하게 되었고 창밖을 바라보니 어느덧 해가 진, 저녁이 되어 있었다. 하루가 이렇게 허무하게 지나가다니? 오늘 하루의 마무리는 Nata와 납작 복숭아, 거기에 청포도까지 이루어진 세트메뉴. 너무나도 아까운 하루이지만 포르투에서 보내게 될 남은 날들은 많다는 생각으로 여유로운 저녁을 보냈다. 내일은 비 안 오겠지?

작가의 이전글 [DAY111(2)] 해리포터 영화 촬영장 아닌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