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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구아빠 Feb 05. 2023

학교 아니야..하아 힘드러(1)

유치원이 무서워서 가기 싫다는 아이에게

짱구가 홍콩 유치원에 등원하고 나서  달은 수월했다. 처음 일주일은 울고 불고 바짓가랑이 붙잡았지만, 우리 애만 그런  아니었다. 아이들은 자지러지며  앞에서 결사항전하고, 부모들은 결연한 표정으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아이를  안으로 밀어 넣었다.


이주 정도 지나자 울음도 멈추고,  갖고 다니던 애착 인형도 손에서 놓았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여자 친구(안젤리나, 리즈) 생기자 얼른 유치원에 가자고 재촉하기까지 했다. 엄마는 본체 만체 안젤리나만 보고 뛰어가는 짱구의 뒷모습에, 아내는 낙담한 표정을 지으며 쓸쓸히 출근길에 올랐다. 나는 낄낄거리며 아내의 뒷모습을 영상으로 담았다.


어찌 됐건 짱구가 유치원에  있는 동안, 나는 행복했다.




언제부턴가 짱구가 유치원을 가기 싫어했다. 정확히는 유치원이 무섭다고 했다. 처음에는 으레 그러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태어나서 학교 가고 싶다는 사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까(짱구는 유치원도 학교라고 불렀다).


" 괜찮아. 학교 가면 재밌을 거야"


그런데 점점 가기 싫다는 말을 자주 하기 시작했다. 입에 모터를 단 듯 반복해서 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유치원 갈 시간인데, 하루는 배가 아프다고, 하루는 자고 싶다며 버텼다. 손을 잡으면 손바닥에 땀이 흥건했다. 급기야 유치원 문 앞에서 너무 울다가 그만 토해버렸다. 지켜보던 나도, 선생님도 모두 놀랐다(그 이후부터 짱구가 울기만 하면, 피오나 선생님은 날쌔게 비닐봉지를 가지고 나오셨다).




보통 일이 아니다 싶어서 짱구에게 뭐가 무서운 건지 물어보았다. 짱구와 단 둘이 있는 목욕 시간, 뜨거운 물로 구석구석 닦아드리고 노곤하게 마사지도 해드리자, 짱구가 속얘기를 터놓았다.


"줘쉐이 가 푸시 했어"


, 유치원 친구가 너를 밀어 넘어뜨렸구나. 갑작스럽게 당하고 놀랐구나. 거창하게 학교 폭력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너에게 트라우마가 생겨버렸구나. 하필 줘쉐이가 뭐니 이름도  맘에 들지 않는구나  쉐이..


 말을 들은 아내도 이쉐이 저쉐이 그르렁 거리며 거칠게 반응했다. 바로 유치원 선생님들과 상담을 잡고 수차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생님들은  친구가 조금 터프한 스타일이라면서 짱구와  분리시켜 놓겠다고 하셨다. 하지만 이미 공포가 깊숙이 들어와 버린 짱구는  이후로도 매일매일 힘들어했고, 유치원 선생님들도 처음과 달리 조금은 식어버린 느낌이었다(선생님들의 사정도 일견 이해는 되었다).  이상 유치원에 기대하긴 어려웠고, 집에서 해결해 주기 위해 여러 방법을 써야만 했다.




1. 줘쉐이 앞에서 아빠의 강한 모습 보여주기


  줘쉐이는 이모님이 제일 일찍 데리러 왔고, 나는 철두철미하게 하원시간에 입각하여 제일 늦게 데리러 갔다(유치원에 오래 있을수록 배움도 많아지니까). 그러니 나와 줘쉐이는 마주칠 일이 없었다. 하지만 짱구가 힘들어하는데 한번 만나봐야지 싶었다. 하루 마음 잡고 부산을 떨어서 제일 먼저 데리러 갔다. 짱구를 먼저 픽업하고 유치원 앞에서 줘쉐이를 기다렸다. 짱구가 누군가를 보고 뒷걸음질 치는 모습에 대번 알아챘다. 너구나.


“하이 줘쉐이, 아임 채훈스 대디”


이 콩알만 한 아이가 짱구에게 공포의 대상이구나. 공포라는 단어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작은 아이라서 우스웠지만, 짱구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날 쳐다보고 있기에 웃을 수 없었다. 짱구가 나에게 말했다.


“아빠, 이 노오옴 해”


내가 짱구 혼낼 때 “아빠 이놈 한다”라고 으름장 놓곤 했는데,, 짱구가 지금 나에게 요구하고 있었다. 줘쉐이를 혼내달라고. 생전 처음 본 세 살짜리에게 밑도 끝도 없이 정색해야 하나. 하지만 어차피 이 친구는 한국말을 모르니까 괜찮을까.


“하하 나이스 투 미츄 (퍽) 하하 이노옴 (퍽) 바바이”


빵긋 웃으며 짱구가 원하는 대로 이놈~ 해주고는, 사이좋게 지내라는 의미로 줘쉐이의 등을 두드려줬다. 퍽퍽. 근데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실렸나 보다. 퍼억퍼억.  내일모레 마흔인데 자식 일이라고  살짜리 아이에게도 감정이 실리는구나.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머리와 얼굴을 어지럽히자, 나는 재빨리 짱구에게  소리로 말했다.


"봤지? 아빠가 이놈 하니까 줘쉐이가 알겠다고 그냥 가잖아. 이제 걱정하지 . 알았지?"

"아빠가 이노옴 했써어?"

"그럼 그럼. 그니까 내일부터 아무 일도 없을 거야"


그때부터   있는  척을 모두 선보였다. 아빠는 줘쉐이보다 훨씬 강하다. 키도 덩치도  크지 않느냐. 쟤는 한주먹 거리도 안된다. 이렇게 하면 아이가 아빠 믿고 조금이나마 안심하지 않을까 기대했다. 짱구는 살짝 마음이 풀린 듯한 눈치였다. 조금 시간이 지나서 아빠랑 줘쉐이  누가  무섭냐고 물어보자, 짱구는 줘쉐이가  무섭다고 했다(뭐라..?).


다음날 아침, 여전히 짱구는 학교 아니야를 무한 반복하며 유치원 가기를 꺼려했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Repulse Beach에 놀러가 “학교 안 무서워”를 수차례 외치게 했다. 왠만해선 내 말을 안듣는 녀석이 따라 외치는걸 보고, 이 녀석도 이겨내기 위해 간절하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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