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에게
너가 한글도 채 떼지 않은 나이에 미국으로 넘어가서
한글보다 생소한 영어를 들으며
말 그대로 듣기만 할뿐 이해는 하지 못한채
주위 친구들의 행동을 보고 늘 한박자 느리게 따라하던 모습을 기억한다.
너가 그리고는 집에 돌아와서
한글도 아니고 영어도 아닌
외계어 같은 제3의 언어를 샬라샬라 유창한 척 내뱉으며
어린이집에서 다하지 못한 발화를 우리 앞에서 하던 모습을 기억한다.
그 다음엔 너가 홍콩으로 넘어가
한층 좁고 엄격해진 유치원 분위기 속에서
늘 무섭다고 가기 싫다며 몇 발자국 가다 쉬다를 반복하다가
어느 날은 유치원 문 앞에 다달아 결국 토하고 말던 모습을 기억한다.
특히 너를 괴롭히던 친구 때문에 유독 무서워했는데
리퍼스 베이 해변에 놀러가서
OO이 안무서워!! 를 바다를 향해 여러번 외치며
쎈척 포장하고 무서움을 떨쳐버리려 애쓰던 모습을 기억한다.
심하게 어린 나이에 미국, 홍콩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와 적어도 1년간은
유치원 가는 매일매일 배아프다. 무섭다.를 입에 달고 등원하던 너의 모습을 기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무사히 미국에서 1년 과정을 마치고 학사모를 던졌으며
홍콩에서도 정든 선생님들의 뜨거운 배웅을 받았고
한국에서도 사랑과 은총 속에 지혜로운 어린이상을 받으며 유치원을 졸업하였다(같은 반 십여명이 함께 받음).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너는 믿을 수 없이 단단해졌고
때론 과하다 싶을 정도로 거만하고 여유로워졌으며 (유치원 최고 형아에서 초등학교 찌그래기가 되어봐야 할 시간)
언제 그랬냐는듯 적응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너가 내일모레 초등학교 1학년이라는 명찰을 달고 새로운 세상에 던져지더라도
물론 처음에는 또 배아프고 무섭고 토하겠지만
그 끝에는 누구보다 자신있게 적응하여
늠름하고 무심하게 해내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니 잘 해낼거야. 걱정하지 말아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