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책 읽기

나를 배제하는 독서에서 나를 배려하는 독서로

by The오늘

아이가 태어나고 책을 읽는 것은 사치가 되었다. 읽는 책이라곤 육아서 이유식책 정도… 그것도 필요할 때만 부분부분 짧게 읽는다. 그래도 사는데는 지장 없다.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 사람도 아닌 나는 오히려 애 키우는데 책 읽을 시간 따위는 없다며 책과 멀리 할 수 있는 좋은 변명거리가 생겼다.


아기를 낳기 전에 난독증까지는 아니지만 문자 거부감이 심하게 왔다. 앉아서 책 한 줄을 읽기가 어려웠고 무슨 뜻인지 이해하는데 너무 힘겨웠다. 그간 내가 읽어내야 했던 보고서와 서류 등의 여파였던 걸까??? 쌍둥이가 오기 전 잠시 다니던 박사과정 중에 읽어가야하는 리딩량을 채우는데 밤샘은 기본이었다. 체할 것 같았다. 문자들이 일어나 나를 향해 공격해 오는 정도는 아니지만… 속안에 켜켜히 쌓여 소화되지 않는 음식처럼 숨을 쉴 수 없었다.


쌍둥이가 태어나고 육아에 전념하면서 책을 멀리했다. 신랑은 공부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나에게 박사 과정 복귀 준비하려면 좀 읽어야 하지 않느냐 했지만, 난 한 마디로 일축했다. “글 보면 토할 것 같어”


얼마 전, 무슨 일인지 갑자기 책이 읽고 싶어졌다. 그래서 내가 고른책은 다름 아닌 오은영 박사의 “화해” 였다. 그 책을 읽으며 갑자기 소화가 조금씩 되는 기분이 들었다.


한 유튜브 영상에서 나를 배제하는 독서를 해보진 않았는지 묻는 장면을 보았다. 때마침 그날 우리 쌍둥이가 신의 계시를 받았던 것처럼 서재의 책장을 온통 다 뒤집어 놓는 바람에 내 초라한 독서 콜렉션을 바라보았다. 주인의 취향이 녹아있는 책장이 아니라, 여기저기 주워온 누더기 천을 얽어메어 겨우 한 장의 이불을 마련한 듯한 초라한 책장이었다. 일관성도 개연성도 없는 책장에 순간 나는 왜 내가 책을 읽기 싫어졌는지 알게 됐다.



내 책장의 책들, 내가 읽었던 책들은 그동안 나를 배제하는 독서였던걸까?


돌아보면, 십대는 읽어가야 하는 책을 읽었고, 이십대에는 멋져보이는 책을 읽었고 삼십대에는 학업과 업무를 위한 책을 읽었다. 게다가 뭔 겉멋이 들었던건지 베스트셀러, 사람들이 재밌다고 하는 책들은 안. 읽. 었. 다. 그러고 가끔 누가 보지도 않는데 몰래 사다 읽기도 했다.


나는 그렇게 오랫동안 스스로를 배제하는 책읽기를 하고 있었고 내 생각과 마음은 그런 방식으로 입력되 들어오는 문자가 불편해 졌던 것 같다. 그리고, 새해 처음의 책으로 기피대상 1호, 베스트셀러이자 힐링 소재의 책을 집어들고 완독했을 때, 그제서야 내가 얼마나 나를 배려하지 못한 책읽기를 하고 있었는지 알게 됐다. 나라는 이름 아래 수없이 많은 가면과 역할로 스스로에게 얼마나 많은 지적학대(까진 아닐 수 있으나)를 행했는지…. 엄마가 되어 나는 비로소 그 수많은 가면을 내려 놓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헝클어진 머리에 아기 젖내음 풀풀 나는 아기 엄마의 서재 따위는 그 누구도 궁금하지 않을테니 말이다.(뭐 엄마가 되기 전에도 사람들은 타인에게 그리 관심은 없다는 걸 알았지만 괜한 자격지심 같은 것 때문이다.)


엄마가 되니 좋은 것이 있었다. 바로 독서 였다. 학업에 업무에 세상 트렌드를 쫓느라 정작 나를 배려하지 못한 독서에서, 진정 내가 재밌고 내가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읽을 수 있는 자유…. 그거였다. ㅎㅎㅎㅎㅎㅎ 결론은 취미 is 장비빨, e북 리더기를 구입했다…. 올 한해는 나를 배려하는 책읽기를 해보련다. 그리고 내용을 기억하려 애쓰지도 않을거다. 생각과 마음으로 읽고 허공을 향해 지친 저녁의 한숨으로 혹은 기쁨의 탄식으로 뱉어낼 거다. 그렇게 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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