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발과 셋째
쌍둥이 키우는데 온통 정신을 집중하다보니, 셋째가 뱃속에 있다는 걸 자주 까먹는다. 그게 서운해서인걸까? 이벤트 한 번 없이 얌전히 있어주던 셋째가 막달이 다다르자 뱃속에서 요동을 친다. 마치 뱃 속에서 아크로바틱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언젠가는 이런 일도 있었다. 닭발. 나는 술을 아주 좋아한다. 쌍둥이를 가졌을 때, 제일 먹고 싶은 음식이 뭐냐 물으면 “낮술”이라 대답할 정도였다. 그런 내가 안주로 안먹는 음식이 닭발이었다. 기괴한 생김새는 둘째 치더라도, 이상하게도 닭발을 보면 닭들의 요상한 걸음걸이가 떠올라서 기피하는 음식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별안간, 닭발이 먹고 싶었다. 마치 평소에 먹던 음식처럼 생각만해도 입안에서 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저녁식사 준비를 하다말고 퇴근 준비 중일 것 같은 신랑에게 카톡을 보냈다. “여보 정말 희안하게 난 태어나서 한 번도 안 먹어본 닭발이 먹고 싶어요.” 그러자 울 신랑은 “내가 닭발을 좋아해요”란다.
순간 그 문장을 보면서 너무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었다. 닭발이라니…. 마치 셋째가 자신이 여깄다고, 뱃속에 내가 있으니 기억하라고 닭발을 들고 시위하는 모습이 그려져서 웃겼다.
왜 하필 닭발이었을까? 엄마는 싫어하고 아빠는 좋아하는 그런 음식을 골라잡아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려 한 것 같았다. 아직 대면도 안한 셋째가 영특하고 귀여웠다.
쌍둥이를 아빠에게 맡겨놓고 산부인과 정기검진에 다녀왔다. 쌍둥이 언니들과 고군분투하는 엄마를 응원해 주는 것처럼 9개월을 얌전히 지내 준 셋째를 보는 날이다. 벌써 2.4kg 이란다. 얼마남지 않은 셋째와의 조우를 기대하며 오늘 저녁도 닭발을 먹어야겠다. 냠냠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