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를 낳기로 한 결정적 이유

여보 사랑행 ㅎㅎㅎ

by 이루다엄마

우리 신랑은 참 순하다. 내 앞에서만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정말 순하다. 평소에 사람들을 무례히 대하는 걸 본 적이 없고, 사람들과 다투는 것도 본적이 없다. 화를 낼 때는 온몸이 부르르 떨리고 그렇게 화내고 나면 드러누울 정도로 화낼 줄도 모른다(다들 그런건가??) 그런 신랑과 반대로 난 신경질적인 면모가 많다.

우리 쌍둥이 둘째가 돌이 지나자 요즘 자기 성격이 발현되기 시작했는데, 볼 때마다 유전자는 못속인다고 ㅎㅎㅎㅎ 느낀다. 지 성질대로 되지 않으면 드러눕는데 아주 고차원적으로 자기 뜻을 펼치신다. 자기 말을 유순히 잘 들어주는 지 아빠한테 한여름 매미처럼 달라붙어서 ‘잉!!’ 소리 하나로 아빠를 좌지우지한다.

우리 신랑은 성격있는 마누라와 꼭 닮은 둘째 사이에서 퇴근 후 또다시 집으로 출근하여 고군분투 한다. 그래도 짜증 한 번, 화 한번 내는 걸 본 적이 없다.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주말마다 대학원에 다니던 우리 신랑이 학교 갔다 오면서 보기에도 조악한 싸구려 보조배터리를 하나 들고왔다. 왜 이런데 돈 쓰나 싶어 이게 뭐냐 물었다. 울 신랑은 일상적인 언어로 “자기전화 못받으면 큰일나는데 갑자기 배터리가 나가서”라고 대답했다. 난 그말로 인해 가슴 속에서 지진을 느꼈다. 결혼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난 벌써 울 신랑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아내가 된 걸까?


돌아보니 난 쏟아붓는 성격이었고 남편은 묵묵히 그걸 다 받아내 주는 사람이었다. 그러면서도 조용히 안아주며 괜찮다고 여전히 여보를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어린시절 그리 갖고 싶던 커다란 곰돌이 인형 같은 사람. 뾰족뾰족한 내 성미를 무던히 받아내며 묵묵히 그 자리에서 나를 지켜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신랑의 가슴 속에 더 이상은 생채기 내기가 싫었다. 그래서 난 변하기 위해 노력(여보 나 노력하고 있어요 ㅎㅎㅎ) 했다. 우리 신랑과 나를 위해서. 우리의 가정을 위해서 말이다. 성미를 전부 다 없앨 순 없지만, 찰나적으로 잡을 수 있는 성미는 꺽어버리려 노력한다. 그리고 사랑받는 방법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려 하고 있다.


말하기 부끄럽지만 난 어릴적 꿈이 이대를 나와 좋은 가문에 시집가서 조신하게 아이 열둘을 낳는 것이었다. 내가 자라던 시대에 세상은 어린 여자아이에게 그게 가장 좋은 거라 가르치고 있었고 그렇게 살아야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내 성격은 자라나며 내가 그런 부류로 살 수 없는 인간이라는 것과 그런 이상향은 ㅎㅎㅎㅎㅎ 뭐 말하기 뭐할 정도로 그렇다.

그러나 한 가지는 꼭 하고 싶었다. 아이를 많이 낳는 것. 어렸을 적 본 어떤 다큐에서 북유럽 아줌마가 아이 열두명을 키웠는데 아이들이 너무 건강하고 예뻤다. 리포터가 아이가 많으면 관심을 분산시켜야해서 아이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지 못하지 않느냐 물었다. 그러자 그 부인 대답이 기가 막혔다. “아니에요. 아이가 태어나면 내 가슴에도 사랑이 하나 더 태어나요. 그러니 나는 정말 많은 사랑을 품는 사람인거죠” 어찌보면 그 대답이 외로움을 잘 타던 어린 나에게 너무 따스하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결혼 후 우리 신랑을 바라보면서 이 사람과는 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열둘은 아니더라도 다복한 가정을 꾸리는 일을….


쌍둥이를 출산하고서야 나는 그 북유럽 아주머니 말이 무슨 말인지 조금 알 것 같았다. 이 조그만 아가들이 내 마음에 무언가를 심어버렸고 난 이 둘에게 빠져버렸다. 그리고 우리 신랑은 매일 고군분투하는 어리숙한 엄마와 장난꾸러기 쌍둥이를 감싸안아주는 든든한 아빠가 되어주었다. 그래서 였다. 셋째가 왔을 때, 너무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이유. 나의 사랑하는 곰돌이 남편과 우리 쌍둥이. 그래서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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