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보다는 다큐가 더 좋아지나……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
아가들이 일찍 잠들면 8시, 보통은 9-10시 사이에 눈을 감는다. 누워서 바로잠들면 그날은 로또를 사는 날이다. 보통은 침대에 누웠다가 온 방안을 한 시간 가량 돌아다니고 놀다 잠든다.
아가들이 잠들고 난 고요한 저녁.
그 시간이 유일한 나의 시간이다.
하루를 마감하고 고요해진 거실을 보면서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쉰다. 오늘도 무사히 넘겼구나….
어제는 남편이 쉬는 날이라 쌍둥이 독감주사를 맞고 오는 길이었다. 집 현관 손잡이 키가 오래되어 늘 조마조마한 마음이 컸다. 문이 혼자 잠겨버리진 않을까 하는 마음. 심지어 현관 앞 택배를 가지러 갈 때에도 혹시 갑자기 문이 닫혀 아가들만 집 안에 갇히면 어쩌나 하는 걱정까지 해야했다. 어제는 바로 그 걱정이 현실이 됐다.
병원에서 돌아오자 현관문은 마치 니 예상이 맞았다는 듯 우리를 집 밖에 남겨둔채 열리질 않았다. 열쇠 수리 아저씨를 부르니 “오래되서 안에서 혼자 잠겼어요. 이건 딸 수 없고 부시고 새로 설치하셔야 합니다.” 추운 겨울 쌍둥이를 들쳐업고 남편과 밖에서 한 삼십분을 헤맸다.
열쇠 수리를 마치고 집에 겨우 들어와 아가들을 내려놓고 나니 다행이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게 참 이상했다. 이전 같았으면 ‘오늘 일진 사납네’ 소리가 절로 나왔을텐데, 남편이 아가들과 함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드라마 송곳에 보면 그런 대사가 나온다. “서있는 곳이 변하면 풍경도 변한다” 그말처럼 아가들이 생기니 이전과는 세상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게 달라진다. 이전에는 아무일 없이 지나가는 내 삶의 지루함을 견디지 못했다. 이젠 그런 잔잔한 삶이 감사하다고 느껴진다. 마치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를 좋아하던 사람이 잔잔한 다큐만 찾아 보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혼자 살 때는 이 저녁의 고요함이 나는 짖누르는 것만 같았다. 어떻게든 약속을 잡고 저녁시간을 보내고 돌아와 녹초가 되어 쓰러져 자는게 좋았다. 그러나 이젠 이 고요함이 좋다. 오늘도 무사히 보냈구나 하는 안도감과 함께 따스한 적막이 오늘도 수고한 나를 쓰다듬어 주는 것 같다.
아가들이 엄마에게 늦은 저녁의 고요함을 가르쳐 주는 구나…. 오늘도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