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적인 이별과 생존게임
최근 회사 사정이 안 좋다 보니, 회사는 현금을 확보하기 위하여 유휴자산을 매각하고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희망퇴직을 주기적으로 받고 있다. 이제 거의 상시적인 구조조정 체제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듯하다.
올해도 다름없이 이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출발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일터를 떠났다. 떠나는 사람들은 나가서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으로 전해 들었다. 원래 희망퇴직이라는 것이 고연차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만 이상하게 이 회사는 저연차, 고연차 관계없이 거의 전 직원을 대상자로 하다 보니 진작 나가야 될 고인물들은 그대로 있고, 이직이 가능한 연령대의 30대, 40대 직원들이 우르르 나간다. 한창 일할 나이에 있는 친구들이 나가다 보니 조직의 허리는 약해지고 머리만 커지는 기형적인 형태로 구조가 바뀐다. 실제 실무를 할 직원들이 부족하니 나 같이 50대 중반의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늙다리 인력들이 실무를 힘들게 해야 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게 진작 회사를 살리는 방법인지 잘 모르겠다. 차라리 고연차 직원들 대상으로 명퇴금 규모를 지금보다 크게 하는 조건으로 진행하는 것이 더 효과가 더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 동료들을 보내고 빈자리가 휑하다. 남아 있는 동료들이 십시일반으로 일을 나눠서 하거나, 쓸데없는 일을 자연스럽게 줄이는 방식으로 그 친구의 빈자리를 메꿔나간다. 현 정부와 국회에서 정년의 65세까지 연장하는 안을 입법 하겠다고 하는데, 이 조직과 이 회사에 그때까지 일할 자신도 없고 별로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두 아들이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시점에 이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해볼까 고민하고 준비 중에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애들이 정신 차리고 이 아비의 짐을 빨리 덜어 줄 수 있을는지에 대한 것이다...
(이 부분은 내 의지로 되는 것은 아니니까...)
각자만의 살아가는 길이 있으리라... 여기서 버티는 사람들, 다른 일터를 찾아가는 사람들, 은퇴를 몇 년 앞두고 언제 퇴직할지를 고민하는 사람들, 다른 사업장에서 본사로 전배발령을 받고 온 사람들, 운이 좋아 요즘 같은 취업시장에서 바늘구멍을 뚫고 입사하는 신입들..... 모든 이들이 꿈과 희망을 안고 각자만의 방식으로 여기에서 버티고 감내하고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그리고 "서울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하는 날이다. 본방사수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