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이 끝나면 찾아오는 신호
딸이 아기였을 때, 고마웠던 부분이 있다.
아이들은 면역력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주 아프다.
열이 자주 나고 여러 가벼운 전염병에 걸린다.
그런데 말이야. 이 아이는 희한하게도 꼭 주말에 아팠다.
그럼 회사를 빠지지 않고도 내가 케어 해 줄 수 있지.
“우리 딸 효녀네, 고맙다.” 중얼거리며 아픈 아이를 달래곤 했다.
그런데 나도 그렇다. 꼭 쉬는 날 아프단 말이야.
언젠가부터 ‘적응하면 아프구나’ 하고 깨달았다.
직업상 여러 회사를 거쳤고, 프로젝트도 계속 옮겼다.
새로운 환경에서 긴장한 채 버티다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그제야 아팠다.
보통 3개월쯤 지나면 아프다.“이제 아파도 되겠네.” 하는 것처럼.
니시무라 아키라의 CEO의 다이어리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에 나오는 일화가 떠오른다.
계획적이고 철저한 그가 장난으로 일정에 ‘감기 걸림’이라 적었더니,
몇 년 만에 정말 그 일정에 감기에 걸렸다고 한다.
우연과 암시의 힘이겠지만, 신기하다.
무리하고 힘주고 긴장해야 안 아프다는 사실이 짠하다.
그리고 긴장이 풀리면 아프다는 사실도.
며칠 전, 엄마를 만났다. 요즘 힘들어서 물었다.
“엄마, 40대가 좋아? 50대가 좋아?”
엄마는 망설임 없이 “50대.”라고 답했다.
다만, 조용히 덧붙였다.
“건강 빼고.”
건강하기만 하면 50대가 훨씬 좋고, 시간이 갈수록 더 좋다고 했다.
그러니까 건강을 잘 챙겨야지. 그럴 거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라고, 휴가 되자마자 긴장이 풀려 골골대는 사람이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