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을 자주하면 오히려 힘든 것
최근 힘든 일이 연달아 지나갔다.
마치 모래뺏기 놀이처럼, 조금씩 모래를 퍼가다 보니 결국 멘탈의 깃발이 스르르 무너졌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듯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서서히 무너져 간다. 그래도 스스로에 대한 정보를 많이 쌓아왔다. 너무 많이 자고, 많이 먹고, 씻지 않고, 무기력해지는 것—이런 신호가 보이면 내가 힘들다는 증거다.
살면서 힘든 일은 언제나 파도처럼 오고 간다. 잘 넘겼을 때는 인식하지 못하지만, 한꺼번에 몰려오면 해일처럼 멘탈이 무너진다. 그리고 생각한다. 왜 힘든 일은 늘 한꺼번에 오는 걸까? 하나씩 오면 감당할 수 있을 텐데.
이럴 때 친구와의 대화가 도움이 된다. 직접 만나기는 어려웠지만, 전화로 이야기를 나눴다. 온라인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시대라 다행이다. 친구는 오랜 시간 곁에서 나를 지켜봤기에 나의 주기와 기복을 알고, 성향을 잘 이해한다. 때로는 나조차 모르는 내 마음을 더 잘 알기도 한다. 심리 상담은 비싸서 글을 쓰고, 운동을 하고, 대화를 나눈다. 다행히 이 셋 다 즐겁기도 하다.
친구가 말했다. "너 힘들었을 텐데, 큰일이었을 텐데, 왜 자꾸 '괜찮아. 별일 아니야.'라고 해?"
그제야 깨달았다. 별일인데 별일 아닌 것처럼 말해서, 풀리지 않은 걸 대충 덮어두고 넘어갔구나. 그래서 이렇게 힘든 거였구나.
인생에서 풀지 않은 숙제는 결국 다른 얼굴로 다시 다가온다. 회피해도 다시 오니까, 풀고 가야 한다.
나는 설명했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망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나머지 작은 타격들은 별일 아니라고 생각해왔나 보다. 하지만 작은 타격도 쌓이면 큰 타격이 된다.
그걸 모르고, 동화책< 은지와 푹신이>의 푹신이처럼
고생을 하고 있을때 마저도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를 되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