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맞추긴 너무 어려워
예전에는 경기도에 살았었다. 그래서 언제나 도착은 복불복이었다. 할 수 없이 가장 먼저 준비해서 할 수 없이 목적지에 가장 먼저 도착했었다. 서울 살면서 약속시간에 늦는 놈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독립 후 서울 시민이 된 지 어느새 15년이 가까워졌다. 나도 모르게 건방진 서울촌놈이 되어버렸다. "시간에 딱 맞춰 가야지. 아니면 택시 타지 뭐." 그런 안일한 생각으로 가다 보면...
언제나 늦는다.
"30분 일찍 도착해서 뭐 해야지"라고 하면 아슬아슬 딱 맞게 도착한다.
억울한 게, 아니 내가 머리로 생각해서 계획한 게 아냐. 네이버 지도를 이용하는데 왜 그래요? 대답해 네이버, 대답해 NHN!
ADHD 책에서는 말한다. 내가 어딘가에 가려고 할 때 온 세상이 방해한다고 생각하라고.
오버인가? 생각할 수 있지만 경험적으로 안다. 그 말은 완전 진리. 그 자체라는 것을.
내가 도착하자마자 지하철이 지나가고 간격이 길어지며, 방금 버스가 지나갔고 택시는 안 온다.
나도 나를 방해한다... 고심 끝에 이쪽인가 저쪽인가 고민하면 반드시 틀려있고, 수원에 가려고 지하철을 타면 병점행과 수원행 중에 꼭 인천행을 타고 마는 것이다. 아, 살려줘요. 제발.
그냥 1시간 일찍 도착하는 게 마음 편한 것이다. 나는 기다리는 건 잘하니까. 그래도 너무해 힝구.
나는 할 일도 많단 말야. 약속이 있다는건 집안일을 미리 해놔야된다는 뜻이기도해서 부랴부랴 열심히 치우고 나가야 된단 말야.
약속은 1시간 정도 전 도착하기. 준비는 1시간 걸림. 달려라는 2시간 전 도착도 좋아.
이걸 머리에 되새기고 계속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해야하는 것이다.
나가야 하는 시간은 관성이 있는지. 멀었을때는 시간이 잘 안가다가도 준비만 하면 후딱 가버리곤 한다.
준비하다 보면 벌써? 10분만 더... 하고 나면.. 그 온 세상이 협조 안하는 상황에 휩쓸려 30분씩 늦어지곤 한다.
미안미안해 하며 친구에게 톡을 보내는 내 비굴한 모습이여....
시간이야 항상 모자른 거라지만 도착 후에 시간을 활용한다 생각해야겠다. 1시간, 2시간 전에 도착하는 게 좋겠다.좀 여유를 갖고 일찍 준비하는 습관을 들이면 어쩌면 이 모든 시간 고민이 해결될지도 모르겠다. 그때까지는 그냥 1시간 일찍 도착하는 내 방식을 포기하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