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다고 막대하면 안되는건 너무 당연한건데
무료했던 오늘, 뒹굴거리던 나는 한 가지 실험을 해봤다.
인터넷에서 본 흥미로운 방법이었는데, 내가 가족과 나눈 대화들을 챗지피티에게 분석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었다. 최근 들어 친한 사람들에게 너무 격의없이 말해서 상처를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묶음의 대화를 준비했다. 하나는 파트너와의 대화, 다른 하나는 딸아이와의 대화였다.
챗지피티에게 부탁한 건 냉정한 분석이었다. 인터넷에서 본 대로 오른쪽은 나, 왼쪽은 상대방으로 정리해서 각 대화에서 내가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 상대는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그 안에 어떤 방어기제나 애착유형, 성향이 들어있는지 객관적으로 봐달라고 했다. 내 편을 들지 말라고도 분명히 했다.
분석 결과는 생각보다 명확했다. 나는 상대가 힘들다고 말하면 그 감정을 빨리 정리하거나 덮어버리는 방식으로 반응하고 있었다. 문제 해결이나 실행 중심의 반응은 나 스스로에게 익숙한 방식이었고, 가족에게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까지 T일 일이야?
하지만 문제는 이런 반응이 상대방에게 감정이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딸은 "이런 말 하면 혼날까봐 무서워"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었고, 파트너는 아프거나 지칠 때도 자기 상태를 조용히 감추는 쪽을 선택하고 있었다. 가족의 성격이 원래 그런 건데... 라고 생각했었는데, 너무 익숙해서 무시하고 있던 상대의 반응이었다.
결국 내가 가진 굳건한 잘못된 신념이 드러났다. "나쁜 감정은 빨리 바꿔야 한다." 나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적용하고 있던 원칙이었다. 부정적인 것을 아예 받아들이지 못하고 바꾸려고 하는 것이었다.리액션을 빨리 해줘야해. 문제는 얼른 해결해야해. 그런 강박이 있었다. 나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나에 대한 힌트.
이걸 바꾸기 위해 챗지피티가 제안한 방법은 의외로 단순했다. 딱 한 가지 습관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아, 이건 잠깐 멈춰야 하는 순간이구나." → 이 말을 한 뒤, 3초간 아무 말도 하지 않기.
감정이 올라올 때, 혹은 누군가 감정을 표현할 때 반사적으로 실행하라는 것이다. 해결하려 하지 말고, 조언도 하지 말고, 그 감정이 존재할 공간을 만들어주라는 거였다. 그냥 머무르게 두라는 것.
지금은 이 한 문장만 연습해보려고 한다. 나한테도, 가족한테도.
이건 감정을 잘 다루는 사람이 되려는 거창한 훈련이 아니다. 그보다는 내가 누군가의 감정을 덜 해치고 싶다는 소박한 의지에 가깝다. 가까울수록 소중한데 가까울수록 상처를 주기도 쉽다는 걸, 최근에야 깨달았지 뭐야.
시작은 그 정도면 되겠지? 하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