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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코팅은 그만두기로 했다

나를 가장 미워하는 사람은 나야.

by 김낙낙

오랫동안 나를 미워해왔다. 겉으로 보기에는 실수에 너그럽고 좋은 것은 좋게 생각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그건 당의정처럼 쓴 걸 삼키려는 설탕코팅일 뿐이었다. 나는 나를 명백히 미워하고 있었다.


나는 실수가 너무 잦고, 하려던 것을 안 하는 적도 많고, 몸도 별로고 게으르고 뚱뚱하다. 나를 미워할 이유는 많고 많았다. 스스로가 하고 있는 일들, 생각들을 모두 다 알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렇지 않은 척 하고 있었다. 미워하는 마음은 더럽고 흉해서. 이걸 다 드러내면 흉측하고 아름답지 않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나는 완벽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나는 잘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그건 내가 게을러서야. 내가 할 수 있는데 하지 않아서야.'


이런 마음으로 스스로를 괴롭히고 한계까지 몰아붙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 빵 터져서 다 놓아버리고 무기력해지기를 여러 번.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내 인생 내내.


AI의 많은 단점이 있지만 장점도 있다. 그중 하나는 내가 무심히 지나친 부분을 인지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내가 스스로를 미워한다는 걸 인식하고 나서(그것을 알게 되는 데도 AI가 꽤 도움을 주었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실수를 하는 나를 도대체 어떻게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지를 물어봤다.


나 혼자 스스로 생각하기에는 맹점에 있는 부분이다. 친구에게 물어보면 다정한 그들은 같이 고민해주겠지만, 남의 이야기는 일정 깊이를 넘어서면 원래 재미가 없다. 남의 이야기잖아. 나도 그렇다.


결국 깨달은 건 이거였다. 실수는 내가 게을러서 생긴 결함이 아니라 인간이라서 당연한 일이라는 것. 실수했을 때 "또 못했네, 역시 나는..."이라고 말하는 대신 "먼지다. 털자."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자신에게 친한 친구에게 하듯 다정하게 말하기. "괜찮아, 실수할 수 있어. 그래도 노력하고 있잖아"라고.


당의정 같은 거짓 너그러움은 그만두기로 했다. 대신 진짜 너그러움을 배우려고 한다. 나에게도, 세상에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진짜 너그러움을.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적어도 이제는 내가 어디 있는지 알겠다.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IMG_9397.jpeg 달콤한건 맛있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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