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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내가 좋아지는건 아니야.

노오력을 해야지.

by 김낙낙

모든 관계는 마찬가지다. 우정도 노력해야 오래 간다. 사랑도 그렇다. 그냥 이루어졌다고 두면 슬슬 병들기 시작하고, 나중엔 썩는다. 우리가 아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있는가. 나를 좋아하는 것도 똑같다. 귀찮아도, 새삼스러워도, 챙겨야 한다.


예전엔 몰랐다. 나와의 관계는 그냥 유지되는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익숙하고 편안하고, 나랑 몇십 년을 같이 보냈잖아? 그런데 아니더라. 실수할 때마다 꼬투리 잡고, 못마땅해하고, 탓만 하는 사람을 어떻게 좋아할 수 있겠는가. 평가하는 나와 실행하는 나는 앙숙처럼 서로 불만을 품고, 대충 친한 척 지냈다.


실수하면 말이지. “또 안 했네. 못했네.”부터 나왔다. 잘한 건 안 보이고, 부족한 것만 확대해서 봤다. 그러니 나와 잘 지낼 수가 없지. 모옷된 양육자처럼 굴었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의 눈으로 나를 보고 평가했다.

이걸 깨달았을 때의 놀라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뭐라고? 내가 싫어하는 사람처럼 내가 나를 보고 있었다고? 그거 완전 최악이잖아.


결국 노력이 필요했다. 진짜 살려고 별걸 다하는 기분이었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 험난한 세상에서 나를 미워하다 병들어 죽을지도 모른다. 이건 비유가 아니다.


그래서 매일 확언을 쓴다.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 나를 믿는 말을 적는다. 낯간지러운 사랑 고백을 계속 적는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쓰다 보면 그 말들이 마음과 머릿속에 남는다.


아침마다 모닝페이지도 쓴다. 벌써 5년째다. 빼먹지 않고 썼다고는 못하지만, 꾸준히 쓰고 있다고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머릿속에 엉켜 있는 생각을 그냥 다 쏟아낸다. 그러면 알 수 있다. ‘내 마음은 여기에 가장 많이 쓰이고 있구나. 이건 쓸데없는 걱정이구나.’ 하고. 그리고 털어낸다.


매달 감사일기도 쓴다. 노션에 목록을 만들어 놓고, 가족, 건강, 일, 사소한 순간까지 감사할 일을 적는다. 이유는 무수히 많다. 적지 않으면 놓치고 흘러간다. 그렇게 하다 보면 내가 못한 것보다 이미 잘하고 있는 게 훨씬 많다는 걸 알게 된다.


나랑 잘 지내는 건 저절로 안 된다. 까다로운 애인처럼, 이래도 흥 저래도 흥인 마음을 달래야 한다. 고집불통인 마음을 설득해야 한다. ‘그래도 괜찮아. 해보자. 먼지는 털어내자. 한 걸음만 옮기자. 할 수 있어. 잘했어. 남들이 몰라줘도 괜찮아. 나는 알아주자.’


왜냐면 나랑은 평생 같이 살아야 하니까. 속상하면 달래주고, 다정한 말을 써주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만든다. 시간을 들여 나와 사귄다. 그래야 오래오래, 같이 행복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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