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 디 에어'
'해고'라는 말에는 삶의 무게가 담겨 있다. 취직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내 입장에서 그 무게를 알기란 힘든 일이지만, 감히 예상해 본다면 아마도 그것의 무게는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의 무게 정도일 것 같다. 해고는 누군가의 삶을 단정 지을 수도 있는 일이다. 그것이 자발적인 퇴사가 아니라, '해고'라면 말이다. 해고 통보를 받는 입장에서 그것을 기회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흥미롭게도 영화의 주인공인 라이언은 '해고 대행사'의 직원이다. 그는 얼굴을 대면하고 해고하지 못하는 사장들을 대신해서, 직접 사람들을 해고하러 다닌다.
그는 그의 직업처럼 타인에게 거리 두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언제나, 깔끔하게 정돈된 옷가지와 짐들은 그가 어디론가 떠나야만 하는 사람임을 보여준다. 그는 강연에 가서 이야기한다. 관계의 무게에 대해서, 당신을 힘들게 하는 것이 관계일 수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라이언은 오로지 마일리지 적립을 위해서, 이득을 따져가며 삶을 살아간다.
라이언은 단단히 혼자였다. 그는 결혼, 자식, 모든 것들을 신경 쓰지 않고 살았다. 가족들 조차 가까이하지 않았다. 그에게 집이란 비행기 속이었고, 고향은 영화의 제목처럼 'Up In The Air'였다. 지금까지는 그래 왔다. 하지만, 아무리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해도 외로움이나 고독이라는 단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라이언 또한 그런 사람이다. 그가 아무리 관계가 없는 삶에 대해서 강연하고 다닌다고 해도 말이다. 그는 강연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라이언: 배낭에 물건들을 넣어보세요. 그 무게들이 느껴지십니까? 이번에는 배낭에 사람들을 넣어보세요. 당신이 아는 모든 사람들, 다 담아 보세요. 당신의 관계는 인생에서 가장 무거운 요소입니다. 무겁게 그 모든 걸 나를 필요는 없습니다.
강연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던 라이언이 어떤 식으로 마음을 고쳐먹고, 관계에 대해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를 보는 것은 소소한 재미가 있다. 사실, 라이언이 포기하라고 했던 것은 관계가 아니라 책임감에 대한 것이다. 책임을 회피하고, 관계의 무게를 버리라는 라이언에게 신입인 나탈리는 그만 애같이 굴라는 이야기를 한다. 좋아하는 사람과 데이트를 하면서도, 책임질 일을 만들지 않으려는 그에게 할만한 말이었다.
라이언은 관계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할만한 환경에서 자랐다. 그의 조부모님은 12살 때, 요양원에 들어갔고, 그의 부모님도 마찬가지로 요양원에서 마지막을 보냈다. 그런 상황을 마주하면서 자라 온 그에게 결국 인생은 혼자 살다가, 혼자 가는 것이라는 교훈은 본인도 모르게 삶의 철학으로 자리 잡았을 것이다.
영화에서 다큐멘터리처럼 해고된 사람들의 인터뷰가 나오는 연출이 참 마음에 들었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그들의 인터뷰로 열고 맺으면서, 또한 그 사람들의 반응이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생각해보는 일은 잔잔한 감동이었다. 해고를 당하는 입장에서 사람들은 그들이 세상에 혼자 동떨어진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어떻게 가족들에게 이야기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가 한탄도 해보고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관계 속에서 다시 살아갈 희망을 얻고 새 출발의 용기도 얻을 수 있다.
영화는 타인과 거리만 두고, 한 번도 끌어당기지 않았던 한 사람에게 기회를 준다. 한 번 그런 식으로 살아보는 것은 어떻냐고 물어본다. 거기에 라이언은 알았다고 대답한다. 물론, 이 영화가 평범했다면 사랑을 찾아 떠나는 라이언에게는 모두가 그의 축복을 빌어주는 일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뻔한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에 대해서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면서도, 우리가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그런 영화였다.
사진 출처: 다음 영화 '인 디 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