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닮은 글

부끄럽지만 나를 닮은 글

by wanderer

왠지 모르게, 자기 전에 브런치를 뒤적거리고 있다 보면 다른 사람의 생각을 몰래 훔쳐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글을 쓰는 공간인 이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을 활자로 풀어내고 있다. 그리고 글을 쓰는 그들 모두는 그들이 좋아하는 글을 쓴다. 삶을 읽어내는 그 해석의 기반이 자신의 인생이라면, 글은 해석의 도구다. 이제야 깨달은 사실이지만 결국에, 글은 싫으나 좋으나 주인을 닮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을 가졌다. 글을 쓸 때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두 번 세 번을 들여다보고는 한다. 글을 쓰면서 나는 '내가 이 글에 대해서 단정하거나 확신하거나, 책임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다 보면 결국, 쓰고 싶은 글보다 채 밖에 나오지 못하고 속에서 사그라드는 글들이 더 많은 것 같다. 군 복무를 하면서, 그곳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썼었다. 노트는 한 권, 두 권씩 쌓여갔고 제대하고 보니 대여섯 권 정도 되는 글을 썼었다. 그것들이 나의 자신감이었고, 나의 자부심이었다. 그런데, 정작 그것들을 들고 나와보니 그 글들을 어디에다 풀어놓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안에서 글을 쓰면서 스스로에게 큰 소리를 쳤었는데, 그렇게 당당했는데 글이 세상에 나오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그럴지도 모른다. 또 시간이 한참 흐르고 나서, 나중에 이 글모음들을 돌아봤을 때 또 부끄러워할 수도 있다. 새벽에 취해서 발행을 눌렀다가 다음 날 아침에, 조마조마하면서 발행 취소를 누를 지도 모르는 일이다. 군대에서 글을 쓸 때에는 언제나 잠에 취해서 글을 썼었는데, 밖에 나와보니 잠에 취한 게 아니라 밤에 취해서 글을 썼던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부끄러워질 수도 있을 것 같은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잠을 달아나게 만들 테니까. 그래도 여기 있는 글들은 부끄럽지만 내 글들이다. 부끄럽지만, 정말 나 같은 글이다.

(사실, 글을 쓰면서 항상 가장 부끄러웠던 순간은 맞춤법 검사 시간이었다. 스스로의 무식함에 부끄러워하면서도, 나는 끝끝내 그 오류들을 고치고 넘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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