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바라보는 방식

영화 '빅 피쉬'

by wanderer

에드워드 블룸은 이야기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사람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좋아했고, 그의 이야기에 홀린 듯이 빠져들었다. 단 한 사람, 그의 이야기를 꿰고 있는 그의 아들 윌리엄 블룸만 제외하면 말이다. 아버지는 수많은 이야기를 갖고 있었지만, 그 이야기들을 듣고 자란 아들은 그 안에서 정말 있었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아버지의 말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 것일까.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된 아들은 아버지의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마도 어렸을 적부터 집에서 아버지를 보기 힘들었던 탓도 있을 것이었다. 그는 그가 어렸을 때에나 좋아했을 법한 그런 이야기를 사람들 앞에서 하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에 아들은 아버지에게 단 하루 만이라도 진심으로 대할 수는 없냐고 따져 묻는다. 사람들이 재미있어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진실된 이야기가 듣고 싶다고 말한다. 둘의 관계가 서먹서먹해진 것은 그때부터였다. 아들이 '기자'라는 직업을 갖게 된 것도 어찌 보면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들은 자주 집을 비우면서 돌아오면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하는 아버지에 대해서 의문이 생겼을 것이고, 스스로는 그런 생활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무의식 중에 하면서 '진실'을 다루는 직업을 선택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에드워드 블룸

젊었던 시절의 에드워드 블룸은 말 그대로 작은 연못에 갇혀있는 금붕어였다. 연못의 크기에 따라서 제 몸 크기를 바꿀 수도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언제나 더 유명하고, 뭔가 해보기를 간절하게 원하고 있었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그는 본인의 뜻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오자 주저하지 않고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간다. 그가 믿기지 않는 모험들을 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린 시절에 있던 일과 관련이 있었다. 어렸을 적, 그는 마녀의 눈을 쳐다보면 어떻게 죽게 되는지 알게 된다는 소문에 혹해서 친구들과 함께 마녀의 집에 찾아갔었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마녀의 눈을 보고 나서 늙고, 병들어 죽게 되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잔뜩 겁에 질려 도망가는 친구들을 뒤로 한 채, 에드워드 블룸은 마녀에게 자신도 한번 본인의 마지막을 보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스스로의 죽음을 보고 난 그는 놀란 기색도 보이지 않고 자신의 마지막 모습을 흥미롭다는 듯이 받아들인다. 죽는다는 사실에 대해서 어린아이가 생각한 것은 '그 전까지는 죽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스스로를 위험한 모험에 내던졌다. 마녀의 예언을 어떻게 그리 확신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그렇게 언제나 삶의 주인공이 되어서 살아왔다. 에드워드 블룸이 살아온 작은 동네 바깥의 세상은 전혀 다른 세계였다. 그는 완벽한 조건을 갖춘 동네에도 들러보고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서 모험도 해보고, 군에 입대도 한다. 쉽사리 믿어지지 않는 놀라운 모험들의 연속이었다.


영화는 소외받고,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인물들에 대해서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거인, 늑대인간 등 다른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존재들에 대해서 주인공인 에드워드 블룸은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그는 영화 속에서 이렇게 말한다. "난 그날 밤 우리가 악마라 부르는 이들이 실은 사회적 우아함이 결여된 외로운 사람들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됐지." 그의 말처럼 어쩌면 우리는 그만큼 그들을 몰랐기 때문에 두려워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 또한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에드워드 블룸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생각해보자면, 결국에 두려움의 근원은 미지 그 자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길한 꿈 이야기를 듣고서 언제 죽게 될지 몰라하던 그의 아버지 이야기나, 영화에서 다른 생김새가 주는 거부감에 피해를 봤던 사람들을 보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죽기야 하겠어?'하는 마음 가짐으로 이것저것 경험을 해보는 그에게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을 리 만무했다. 모른다면 직접 부딪히면 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내게 있어서는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마음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준 영화였다. '라이프 오브 파이'에 나오는 두 이야기와 함께 연결 지어 생각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내가 느끼기에 에드워드 블룸은 중요한 건 이야기가 사실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이야기 속에서 무엇을 보느냐에 대한 것이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모험을 떠날 때에 생각하고 있어야 하는 현실적인 당부를 들은 것 같았다. 아직은 뭔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지만, 언젠가 떠나게 될 때에 기억하고 있어야 할 팁을 듣게 된 것 같다.


사진 출처: 다음 영화 '빅 피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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