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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nderer Feb 04. 2016

'실화'의 힘

영화 '일급 살인(1995)'

 '사실'이라는 것은  오묘한 힘이 있다. 때로는 분노의 일부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감동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그것은 우리가 매체를 통해서 확인하는 '사실' 대개가 극적이고 충격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미담'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의 가치를 더하는 이야기들도 더러 있다. 하지만,  이야기는 아니다. 적어도  실화는 사람들을 그저 미소 짓게 만들지 않는다. 분노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헨리 영의 이야기는 실화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에 벌어졌던 실화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가 의미하는 바는 시간을 넘어 말하고 있다. 단순히  사람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올바름에 대한 이야기로 말이다. 헨리 영이 갇혀 있던 알카트라즈 감옥은 1962년에 폐쇄되었고 현재는 관광명소로 쓰이고 있다. 그곳에 관광하러 갔던 사람들이 만약에 헨리 영의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면 그곳에서 보고 느낀 모든 것들이 다르게  닿지 않을까.


 헨리 영은 알카트라즈의 탈옥을 시도했다가 붙잡혔다. 다시 붙잡혀  헨리 영은 독방에 감금된다. 그렇게 그는 3년간 독방에서 지낸다. 빛을 보지도 못한 채로 3년을 홀로 지낸다. 그는 우발적으로 교도소 내에 있던 재소자를 죽이게 되고, 재판에 회부된다. 제임스 스탬필은 그런 헨리 영을 변호해야 한다. 그가 아는 사람들은 어차피 헨리 영이 유죄이니 애써 그러지 말라는 이야기를 한다. 제임스는 재판을 하기 위해서 헨리 영과 이야기를 한다. 살인의 이유가 무엇인지,  동기는 무엇인지 알아내려 한다. 하지만, 헨리는 그것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홀로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생각해야 했다. 누구도 그에게 언제쯤  독방에서 나올  있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그는 독방에서 구구단을 외우고 야구 경기를 상상했다. 3 동안. 증언을 하기 위해서 생각을 하라고 말하는 제임스에게 헨리 영은 생각하기 싫다고 소리친다. 그는 3년을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생각만 하면서 살았다. 그렇기에  이상은 그러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제임스 스탬필은 모든 사람에게서 포기하라는 말을 듣는다. 동료, 상사, 심지어는 법조계에서 힘이 있는 그의 친형마저 그를 만류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열의를 갖고 사건을 대한다.  번째 재판에서 그는 되려 알카트라즈를 고발한다.  이유는 이렇다. 알카트라즈에 들어오기 전에는 남을 해쳐본 적이 없던 사람이 3 동안 독방에 있다가 나오자마자 저지른 행동이 살인이었다. 헨리 영은 단돈 5 달러를 훔쳐서 유죄를 선고받고 교도소에 갔다. 그리고  교도소에서 알카트라즈로 이송되었고 탈옥을 시도하다 붙잡혀 독방에 갇힌다. 그렇다면 그가 알카트라즈의 독방에 갇혀있던 3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것이 과연 개인의 문제인가 아니면 환경의 문제인가. 제임스 스탬필은 그것을 묻는다.


 제임스 스탬필은 그가 변호사를 꿈꿀  에밀 졸라를 떠올렸다고 이야기한다. 드레퓌스 사건의 부당성에 대해서 '나는 고발한다' 글을 게시했던 졸라의 모습과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헨리 영의 상황에 대해 알카트라즈에  책임을 물었던 그의 모습은 닮아있었다. 졸라는 <전진하는 진실>이라는 책에서 '진실이 전진하고 있고,  무엇도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 못하리라'라는 말을 했다.  말처럼 외면한다고 해서 사실이 없던 것이 되지는 않는다. 졸라는 드레퓌스 사건으로 모든 이들이 그를 적대하는 가운데, 자신 있게 말했다. 언젠가 프랑스의 명예를 그가 구해준 것에 대해서 감사할 날이  것이라고.


 하루가 다르게 끔찍한 내용의 사건들이 '실제 일어났던 일'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서 뉴스에  오르락내리락한다. 물론, 자극적인 내용이 있어야 관심을 끌게 된다. 관심이 없다면, 변화도 없으니까. 그렇지만, 요새는 그것이 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주 접하는 것 같다. 관심을 끌다 못해 그런 사건들에 대한 피로감마저 느끼는 것이 현실이다. 세상이 보다 폭력적으로 변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알려지지 않던 사건들이 이제야 터져 나오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 개개의 사건들을 잊는다면 아무런 변화도 없다. 그렇기에 '실화'의 힘이 단순히 소재를 고르는 것에서 더 나아가 부조리한 현실을 바꾸는 힘으로 작용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순간 반짝하는 관심보다 차갑게, 그리고 길게 현실에 부딪히는 맷집이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사진 출처: 다음 영화 '일급 살인(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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