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회자정리 Feb 24. 2023

초심, 다시 기획자 되기!

문제를 일으켜봅시다. - '뉴 암스테르담' 대사 中

 기획자로서 일한 것이 벌써... 20여 년이 훌쩍 넘었다. 중간중간에 다른 업무들도 심심치 않게 경험을 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기획 범주에 속해 있었다 해도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다양하게 깊게, 때로는 아주 얇게 기획이라는 유니버스에서 지금까지 살아왔다.


적지 않은 서비스를 만들어 왔고, 전략적 방향을 세워 재구축, 운영을 해보기도 했다. 직접적인 기획업무 외에도 그와 연계된 전략, 제휴, 마케팅, SEO, data 분석 등 하나의 조직이나 시스템 하에 방대하지만 유기적으로 움직였던 것 같기도 하다.


많은 것을 접하고 경험하면서 서비스의 성공에 대한 기준이 다를 수 있겠지만, 사용자 규모로서 그 기준을 단순화하면, 결과적으로 성공보다는 실패가 더 많았다. 사실, 태생적으로 서비스를 만드는 일은 성공보다 실패가 압도적일 수밖에 없다.



보통 낯설었던 일들이 점점 익숙해지는 과정이 반복되면 우리는 그저 늘 하던 대로, 기존의 방식과 조직이 가지고 있는 시스템에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과거 경험을 기반으로 지금 계획되거나 논의되고 있는 일이 가능한 범위인지가 우선시된다. 


그 일을 해야 하는 당위성은 사라져 간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도전하고 바꾸는 게 아니라 적당히 나아지는 정도로 타협하려 한다. 모난 부분을 도려내고 두드려 그냥 그렇게 평범하게 욱여넣는다. 일단, 톱니가 돌아야 하니까 말이다.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드라마를 보다 보면 명장면, 명대사라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주인공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멋들어진 대사. 철학적 명제를 빗대어 어떤 행위의 당위성을 설명하거나 또는 뒤틀어 버리는 대사. 감정의 비유가 절절해 가슴이 벅차오르게 하는 대사, 전혀 예상치 못한 위트를 보여주는 대사 그리고 뒤통수를 때리듯 무심했던, 스쳐 지나간 것들을 다시금 팟! 상기시켜 주는 대사들...


우연찮게 봤던 넷플릭스 드라마 '뉴 암스트레담'. 미국의 가장 오래된 공립병원 '뉴 암스테르담'을 새로운 모습으로 바꿔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다. 시즌 1은 보통의 의학드라마로서의 재미와 함께 그가 어떻게 지금의 시스템을 바꿔가는지, 관행이라는 것들을 어떻게 타파시키는지...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실제, Eric Manheimer 박사의 실화(에세이)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우린 시스템이 바뀌기엔 너무 크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우리가 곧 시스템입니다. 우리가 바뀌어야 해요. 그러니까 여러분과 환자들에게 필요한 걸 말하세요. 돈이 부족하든 이사회가 반대하든 신경 안 써요.
문제를 일으켜봅시다. 다시, 의사가 되자고요.


출처: 넷플릭스 드라마 - 뉴 암스테르담 장면 中



그랬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이슈 또는 문제를 우리는 해결해야만 하는 것으로 바라봤었다. 


작년. 조직이 개편되고 인력 이동이 있었다. 팀을 다시 조정하고 새롭게 꾸려야 하는 입장에서 나는 여전히 무언가를 해결하고 만들어 내려는 기획자인지, 아니면 관리자로서 시스템을 유지하고, 현재 문제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기획자로서의 초심은 어디로 간 걸까? 왜 늘 하던 방식으로 쉽게 가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왜 바꾸고 더 나은 것을 고민하지 않는가? 말 그대로 기획자인데, 본질을 잃은 껍데기가 된 건 아닌가라는 의심.


처음 먹었던 마음. 초심. 시간이 지나면 기억도 희미해지고, 처음이라는 순백의 하얀색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리라. 알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의 초심을 다시 찾아가고 싶은 강렬한 자극이 되었다. 




 시간이 흘렀다. 찾을 수 없는 마음이다 보니 아직은 초심을 찾지 못했다. 또한, 무언가 많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다만, 그 어디로 치우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현실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전형적이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혹자가 말하길, 균형감 있게 또는 밸런스 있게 가 가장 안 좋은 거라며, 결국 이도 저도 아니다는 말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노력 중이다.


문제를 해결하고 또 반대로 문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나라는 사람을 수많은 단어로 설명하고 정의할 수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기획자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 문제를 일으켜 보자. 통상적으로 이렇게 했다는 없다. 지금 이게 맞는지 더 나은 방식이나 해결방안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두의 니즈를 고민하는 기획자가 되기를 꿈꾼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획자가 되고 싶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