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과 라멘. 라면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인스턴트 라면을 통칭해서 부르고, 이중 라멘은 일본식 라면을 부를 때 구분하여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라멘의 어원으로 중국어 표현이나 한자의 특정 발음에서 유래되었다는 몇 가지 설들이 있다. 면요리 '류멘'을 광둥어로 라오민이라고 발음했던 설과 '라미엔'이라는 수타면에서 유래되었다는 몇 가지 이야기들 그것인데 정확한 역사적기록은 없는 모양이다.
일본 여행을 가거나 혹은 오사카를 경유해 다른 지역을 갈 때도 꼭 먹었던 음식이 있으니, 그건 바로 '이치란' 라멘이다. 요즘 같이 코로나19와 일본과 경제 마찰을 포함해 반성 없는 자세로 역학적 관계가 좋지 않다. 이제 일본도 이치란도 멀어져 버렸다.
'이치란' 입구부터 정말 길게 늘어선 줄. 그리고 입구에 들어서면 주문표에 나눠주고 친절하게 쓰인 한글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음을 몸소 느끼게 해주는 그런 장면이 떠오른다. 회전율이 비교적 빠른 편인데도 줄이 워낙 길어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처음에 갔을 때 4~50분 정도를 기다렸던 것 같다.
오사카 도톤보리 - 이치란 라멘 [출처: pixabay.com]
우리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한국인들이었다. 자연스럽게 들려오는 한국말을 귀동냥해보니, 일행을 따라온 티가 역력해 보이는 체격 좋은 남자가 오래 기다린다며, '진짜 맛없기만 해 봐!'라며 연신 투덜투덜 불만과 협박을 쏟아내고 있었다.
드디어 입장. 주문을 마치고 앞의 일행과 우리 일행이 거의 동시에 들어가 착석했다. 주문에 따라 라멘이 가림막이 걷히고 탁자 위에 탁탁 놓인다. 추가 주문한 파를 기다리며, 국물 한 숟가락을 먼저 맛을 볼까 말까 망설이던 찰나.
그때, 이미 옆에서 그 남자의 작은 탄성이 들려왔다.
'우와! 장난 아닌데~'
그렇게 투덜투덜 불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고, 나도 조용히 그 말에 적극 동조하며 후루룩 후루룩 소리 내 먹기 시작했다. 그 이후, '이치란' 라멘은 일본의 부엌이라는 별명을 가진 오사카에 들릴 때 마다 꼭 먹는 필수 음식이 되어 버렸었다.
날이 추워지고 부터 기름진 라멘이 생각났다. 오래간만에 먹고 싶다는 생각이 나면 적어도 그 음식을 먹기 전까지는 약간의 결핍이 일어난 듯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잠재된 결핍의 욕구를 위한 라멘을 언제 먹나 했던 찰나. 신촌에 볼일이 있어 이때다 싶어 라멘집 '카라멘야'를 들렸다.
'중독성 있는 라멘으로 유명한 '이치란'을 닮았다는 얘길 종종 듣는데', 오! 가게 소개글에 이런 문구가 있다. 점심시간이 좀 지난 평일인데도 사람이 많았지만 기다려 먹기를 결심. 카라멘과 멘치까스를 주문한다. 맵기 선택은 추천인 5도 정도로 맞췄는데 조금 더 맵게 먹어도 잘 맞을 것 같다.
딱! '이치란' 라멘이다라는 느낌은 아니지만, 균형감 있는 국물에 이치란의 기억이 소환된다. 처음에 국물을 먹고 다진 마늘을 섞으니 이제는 완전한 한국에 맞춤형 라멘으로 재탄생한 느낌이다. 꼭 어딘가를 비교해 더 맛있다는 것이 아니라 개성 있으면서 그에 준하는 맛을 보여준다. 또, 면발도 비교적 얇은 굵기로 국물과 조화롭다. 사이드로 시킨 멘치까스는 파슬리향과 함께 고기 육즙이 입안에서 이국적이면서 착 붙는다.
먹는 내내, 아내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고, 얼마 전에 시간을 내어 아내와 함께 다녀왔다. 다시 찾은 카라멘야의 마제소바가 궁금해 나는 마제소바, 아내는 라멘을 먹었는데 여전한 맛을 선사했고 마제소바보다는 라멘이 더 좋았다. 맛있는 라멘이 먹고 싶다면 바로 이곳이다.
P.S.
카라멘야에서 라멘을 조금 더 다양하게 즐기기 위한 방법으로 맵기는 개인 취향에 따라 고르되, 다진 마늘은 손대지 말고 기본 베이스의 국물을 맛보고 난 후 마늘까지 섞어 먹기를 권장한다. 또, 적당히 먹고 난 후 새우 향미유를 꼭 넣어서 먹으면 좀 더 깊은 풍미와 다양한 카라멘을 즐길 수 있다.
마제소바, 멘치까스, 카라멘
매장 내, 맵기에 따른 안내가 있는데...맵기 1신 산정호수, 5신 춘해... 12신의 8월적도라는 네이밍이 가장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