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업계에서 일을 한지가... 대략 20년이 넘었다. 많은 서비스와 트렌드 속에서 살았다. 직접 만들어냈다가 접은 서비스나 프로젝트도 많았고, 또 초기부터는 아니지만 글로벌로 성공한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에 참여해 리딩을 하기도 했다. 현재도 웹, 앱 서비스를 개선하고 더 좋은 서비스적 변화에 대한 고민을 하며 살고 있다.
어쨌든, 모든 영역에서 경계가 사라지다 보니 서비스를 만들어 가는 사람으로서 알아야 할 것도 따라가야 할 것도 많아 점점 벅차다. 신문물 앞에서 경험은 더 이상의 경쟁력이 되지 않고, 얼마큼 빨리 습득하고 받아들이냐가 경쟁력인 시대다. 스마트폰 시대로 변모한 지 근 13년 정도가 된 지금, 스마트폰으로 접근이 되지 않는 생활 영역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에서 키오스크 주문은 너무나 보편적인 기기가 되었고, 스마트폰과의 연계 또한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노년층은 강제적으로 디지털 소외계층으로 추락해 버렸다. 하지만, 이는 비단 노년층만의 문제라 치부할 수 없을 것만 같다. 최근 많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NFT, 메타버스, 블록체인. 이를 기반으로 한 전혀 다른 세상이 언제 도래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해당 트렌드에 대한 접목이 시도되고 있다는 것은 디지털 소외계층의 세대 격차가 노년뿐만 아니라 그 아래 세대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바로 앞 현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시대가 오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것이 요즘이다.
일례로, 과거 유비쿼터스가 시대적 화두였을 때가 있었다. 최근에 유비쿼터스라는 개념을 별도로 설명할 필요도 없는 그런 시대가 되었으니 앞으로 10년 후는 메타버스라는 정의가 불필요한 시대가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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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업계 특성상 다양한 문화적, 트렌드적 변화를 포함해 IT 기술 진화에 대한 개념 정도는 필수적으로 따라가야 한다. 정말 딱, 가랑이 찢어지지 않을 정도로 애쓰고 있다.
얼마 전에 아내와 함께 눈썹 문신 시술을 위해 신촌에 갔었다. 눈썹이 예쁜 편이 아니라 간혹 문신을 하라는 가족이나 지인들의 권유가 있었지만 딱히 필요성을 느끼지는 못했었다. 최근에 보톡스를 필두로 몇 가지 젊어 보이기 위한 프로젝트를 하다 보니 시술에 대한 부담이 낮아졌던 차에 아내가 덜컥 예약을 했다며 손을 이끌었다.
'어떻게 하시고 싶은지 좀 찾아보고 오셨어요?' 아내와 내가 상담을 시작하자 시술을 해주시는 분이 물었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물음에 깔려있는 뉘앙스는 첫째,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본인에게 잘 맞을 것 같은 형태나 시술의 정도를 찾아보고 상담을 하는 게 보통인데. 우리는 '저희도 좀 해보려고요. 알아서 해주세요~' 였던 것이다. 둘째, 별다른 고민 없이 왔던 것과 나이가 결합돼, 정보의 접근이나 획득 그리고 분석에 매우 제한적인 중년, 그러니까 쉽게 말해 그냥 아저씨, 아줌마로 판단했던 것 같다.
다행히 시술은 잘 끝났다. 그러고 나서 계산을 하며 그녀가 주의사항과 함께 다음 방문을 안내해주었다.
'나중에 2차로 리터치는 2달 내에 방문해주세요. 채널로 연락 주세요!'
'네? 채널요?'
내가 되물었다. 그러자 그녀가 '카카오 채널로 예약 연락 주시면 되는데...'
'아, 카카오 채널~'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자 또 그녀가 친절하게 이어 말했다.
해드릴까요?
아무렇지 않게, 아뇨 정도로 대답했던 것 같다. 하지만, 문을 나서는데 여러 가지로 그녀의 친절이 꽤나 충격적이었다. 최근 MZ 세대들은 모든 줄여서 말해서일까? 사실, 카카오 채널이라고 말했다면 너무나 당연히 알아들었을 것이다. 몰라서가 아니라 줄여 말한 것에 대한 인지가 조금 부족했을 뿐인데, 그 찰나. 우리는 디지털에 익숙지 않은 세대가 되어 버렸다.
이제 중년의 나이가 되었다. 직장 생활도 20년이 넘었고, 경력직으로 뽑은 직원들 중에 띠동갑이 낯설지 않다. 젊은 세대, 소위 MZ 세대들은 왜 그럴까라는 생각도 많았는데... 내가 당해보니 나 역시 젊은 세대 모두에 대해 편견을 갖고 바라본 것은 아닌가라는 반성 아닌 반성을 해본다.
'요즘 MZ 세대는 왜 저래 혹은 MZ세대들은 이해가 안 돼'가 아니라, '저 친구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라고 바라볼 수 있는, 그런 시선이 필요한 것은 알겠다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카오 채널이라고 말했다면 단번에 알아 들었을 것이고, 저 IT 업계만 20년이고 관련된 서비스 줄줄 꾀고 있어요. 트렌드도 잘 알고 있고요!'라고 속 마음을 글로 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