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회자정리 Aug 26. 2022

다음 생에는 말이야...

지금 살만 한가 본데?

 얼마 전, 오래간만에 옛 직장 동료들을 만났다. 벌써 15년이 넘었으니 동료라기보다는 이제는 오래된 친구 같다. 나이도 비슷한 또래들이다 보니 만나면 사는 이야기가 끝이 없다. 서로의 요즘 근황을 시작으로 옛 동료들의 소식, 자녀들 이야기, 돈 이야기. 이런저런 주제로 이야기하다 보면 결국 마지막은 건강이야기다. 자신의 건강에서부터 가족, 주변의 건강 이야기로 퍼져나가는데... 아픈 이야기를 하다 보면 삶이 참 팍팍하다. 




 코로나19 환자가 국내에 막 증가할 때였던. 약 2년 전. 그때도 동료들이 다 나오지 못했고, 오늘처럼 L과 K, 그리고 나 셋이서 만났다. 그날 L은 남편이 뇌경색으로 쓰러져 입원했다 얼마 전에 퇴원했다는 소식을 들려줘,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었다. 


 이제 40대 중반을 막 넘어섰는데. 이 나이에 뇌경색이라니, 낯설었다. 어쩌면 겪지 않은 이에게만 그럴 뿐. 이미 비슷한 상황을 겪는 사람이 많을지도 모를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일이라 생각지 않았었다. 



 코로나19 덕에 겨우 겨우 다시 2년 만에 만나, 건강이야기를 하던 차에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K와 내가 요즘 남편의 건강은 어떤지 동시에 물었다. 


'우리 남편, 미쳤어. 미쳤어.' L은 질문이 채 끝나기 무섭게 미쳤다는 말부터 꺼낸다. 


 L은 남편이 쓰러져 입원했던 기간 동안 며칠이지만 기억이 없어서 그런지 정신 못 차리고 술을 자주 먹는다며 미쳤다는 말과 함께 인생 지긋지긋하단다.  


 나는 '아니, 쓰러졌던 사람이 가끔 한두 잔도 아니고 자주 먹는다고?' 놀란 눈으로 물었고, K는 '남편은 좋아졌나 보다. 다행이네... 그런데, 인생이 왜 지긋지긋해? 난 다시 태어나도 지금처럼 살겠지만 그래도 만족할 것 같은데...' 


 늘 긍정적인 K답다. 그러자, '인생 살만했나 보네? 야야~ 다음 생이 어딨어? 들풀로라도 태어나고 싶지 않다!'라며 L이 웃으며 대꾸했다. 말은 그렇게 해도 남편이 이제는 많이 건강해져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고 꽤 자리도 잡은 모양이다. 


 사는 게 다 똑같지 뭘 또 한 번이냐는 핀잔과 함께 요즘 사는 이야기에 더 해 영화에나 나올 법한 다음 생에는 이랬으면 좋겠다라며 저마다의 상상에 빠져 꽤 오랜 수다를 떨었더랬다. 




 현실에서는 전혀 일어날 일이 없는. 그저 영화의 흔한 소재일 뿐인 '다시 태어난다면?'이라는 물음은 뻔하지만 늘 잠깐의 고민을 하게 만드는 함정이 있다. 만약에 라며 생각에 잠기기 마련이다. 가끔은 '어느 때로 돌아가는 건데? 지금의 기억을 가지고 가는 거야?' 등의 조건을 물어보는 경우도 다반사. 


 그래도, 가끔은 인생이 내 뜻대로 되지 않고 팍팍하게 목메는 고구마를 먹는 것 같아도, 한 번은 살아 볼만한 게 인생 아닌가. 때문에... 누군가의 장난스러운 '한번 더?'라는 질문에 괜스레 고민에 빠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노안(眼)이 얼굴을 늙고 화나게 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