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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자정리 Aug 01. 2022

노안(眼)이 얼굴을 늙고 화나게 했다.

노안에서 벗어나기 위한 누진다초점렌즈

 작년 말부터 핸드폰 보기가 불편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는 핸드폰을 볼라 치면, 안경을 머리 위로 올려 쓴다. 거의 조건반사 속도가 빛의 수준이다. 특히, 회의를 하거나 자료를 볼 때 습관적으로 안경을 올려 쓰곤 하는데 나이가 많이 들었다고 여기저기 광고 하는 것 같아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40대가 되면서 노안이 오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다. 요즘 같은 시대. 40대면 아직 청춘이나 다름 없는데 늙음을 뜻하는 노(老) 자를 붙여 쓰니 노안(老眼)이 노안(老顔)을 만들어 낸 것 만 같고 10년은 더 늙어진 느낌이다. 최근 보톡스도 이마에 맞고 다이어트도 좀 해서 얼굴은 젊어졌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데 눈은 어찌할 도리가 없나 싶다. 


책, 안경, 스마트폰 [출처: pixabay.com]


 과거 K 이사가 자료를 볼 때마다 안경을 올려 쓰곤 했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자면, 미래의 내 모습일이 될 거라는 상상은 털 끝만치도 못한 채 아무 까닭 없이 눈살을 찌푸렸다. 왜 그런 느낌이 들었던 걸까? 이유는 분명치 않았던 같은데 분명히 보고 싶지 않았던 모습이었던 것 같다. 


 K 이사를 싫어해서라고? 아니다. 싫어하는 감정은 딱히 없었고, 적정 수준의 직장 상사와의 관계였다. 개인적으로 싫었다가 아니라면, 미래의 내 모습이 될 거라는 생각 때문일까? 글쎄,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당시만 해도 난 내가 저런 모습이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찬찬히 생각해보면, 아마 안경을 벗고 자료를 볼 때 스치듯 지나는 찌푸린 인상이 싫었던 것은 아닐까? 자료를 보기 위해서 인상을 쓴 것인데, 그러니까 좀 더 과학적으로 말하면 수정체의 굴절율을 억지로라도 맞추기 위해 찡그린 것인데, 얼굴에 드러난 인상으로 순간 보고 자료에 대해 부정적이구나라는 인식을 받았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억.지.로. 맞춰본다.


 옛날부터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했다. 그런데, 보고에 대한 찌푸린 인상으로 곡해해 나도 덩달아 그 모습에 부정적이고 방어적인 태세였나 싶다. 




 최근에 노안이 더 심해지면서 눈이 더 피로해졌다. 시력도 좀 더 내려간 듯했다. 여름이라 땀이 많이 나 금속테가 아닌 플라스틱 테로 안경을 하나 더 맞출 겸 해서 자주 다니던 안경점에 들렸다. 


 '1년 좀 넘으셨으니 시력검사 간단하게 해 보시죠.' 

 '저 쪽에서 추가 검사를 조금 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시력이 더 안 좋아지셨네요.'


 결과적으로 지난번은 누진다초점렌즈를 착용 여부의 경계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쓰는 것이 좋겠단다. 노안이 더 진행되면서 기존 시력도 더 나빠졌다는 설명도 함께였다. 


 결국 비싸서 망설여지기도 하고 어지럽기도 하다는 누진다초점렌즈를 맞췄다. 기존 안경테는 코팅이 살짝 벗겨져 수리를 맞기는 동시에 누진다초점렌즈를 넣어 사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새로 맞춘 플라스틱 테에는 시력교정 렌즈만 적용한 채 주말부터 쓰고 있다. 


 아직 누진다초점렌즈를 안경을 쓰고 있지 않은데도 도수에 맞게 렌즈를 맞춘 덕에 보기가 훨씬 편해졌다. 다초점렌즈 안경을 쓰게 되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려나? 적어도 머리 위로 안경을 올려 쓰지는 않을 테니 그것만으로도 대 만족이다. 


 그나저나 이직 한 K 이사님에게는 멀리 서나 심심한 사과의 마음을 전한다. 그저 잘 안 보여 안경을 위로 올려 쓴 것이요. 잠시나마 본능적으로 인상을 쓴 것인데 말이다. 노안(眼)이 노안(怒顔)을 만든지도 모르고. 인생사, 역지사지 아니던가. '너도 나이 들어봐라!'를 점점 실감하는 요즘이다.



*

노안(老眼) - 나이가 들어 시력이 나빠짐, 또는 그런 눈. 정확하게는 수정체가 딱딱해지고 탄력이 떨어져 굴절율 조절력이 감소되어 근거리 시각의 장애가 발생하는 것

노안(老顔) - 노쇠한 얼굴, 또는 노인의 얼굴

노안(怒顔) - 국어사전에는 없지만 화난 얼굴을 한자어로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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