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키워드 - 브런치
브런치 서비스가 런칭한 초창기 무렵, 그러니까 꽤 오래전일이다. 무작정 글을 하나 써서 브런치 서비스를 신청했었다. 결과는 보기 좋게 탈락. 잠깐의 분함이 있긴 했지만, 브런치라는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을뿐더러, 앞으로 어떤 글을 쓰겠다는 계획도 없었다.
어디서 촉발된 자신감인지, 그저 짤막한 에피소드를 글로 옮겨 신청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 후, 아무렇지 않게 바쁘다는 핑계로 깡그리 잊고 살았다. 어쩌면, 잠깐의 분함이 아니라 통과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스스로 외면하기'라는 자기 최면을 걸었는지도 모르겠다.
몇 년이 흘러서, 최면도 서서히 풀려가기도 시작했다. 권수는 매년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책은 간간히 읽었고, 읽다 보면 여기저기 끄적여 놓은 글들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최면이 완전하게 사라지자, 다시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 뿜 뿜 하던 그때, 꾸준하게 쓸 요량으로 브런치에 재 도전한 것이 20년 10월 즈음이다.
작가라는 호칭에 들뜬 마음으로 브런치에 글을 쓴 게 벌써 1년 하고도 3개월이 다 되었다. 지금까지 인생을 살면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은 무엇이든 꾸준히 하는 것으로, 그 무엇이 되었든 한결같은 행위의 가치는 그야말로 위대하며 절대적인 법. 그런 면에서 브런치를 통해 글을 제법 꾸준히 쓴 것 같아 나 스스로 대견하기보다는 소견했다.**
브런치에 막 글을 쓴 초기에는 나를 위한 글쓰기보다는 잿밥에 더 관심이 많았다. 진짜 '작가'라도 된듯한 착각에 빠져있을 때, 다음(Daum) 서비스 운영자가 나의 글들을 '여행 맛집', '홈&쿠킹' 등 몇 개의 섹션에 노출시켜주는 일들까지 더해지니 착각은 꽤 오래갔다.
갑작스러운 조회수 통계 알림이 오면 십중팔구 #검색이나 다음 섹션에 노출되었다는 것으로 화면을 캡처해 놓을 요량으로 새로 고침을 어찌나 했던지... (Daum 모바일 트래픽 상승에 0.001% 정도 기여했을 것이다.)
그중 가장 많이 노출되었던 글은 '이런 칼국수는 처음인걸요'로 아내와 함께 한 맛집 탐방기 매거진에 쓴 글인데, 조회수만 보면 10만에서 아주 조금 모자라다. 개인적으로 볼 때 전무후무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일들을 마주하다 보니 무릇 제 주제도 모르고 욕심을 부리기도 마련. 외부 에세이 응모에 참여해, 헛된 욕망을 품어보기도 했었다.
그러나, 멀리도 아니고 브런치에서 발행되는 수많은 글과 구독하고 있는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을 때마다 크던 작던 격차를 자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릇의 크기도 달랐고, 담겨 있는 내용물의 질도 때깔도 차이가 났다. 느리지만 서서히 누군가와 비교하는 글이 아닌 나를 위한 글을 쓰겠다는 목표가 생겼고, 결과적으로 '회자정리'라는 필명의 글들이 하나 둘 늘어가는 한 해를 보냈다.
사회적으로는 코로나19가 여전히 큰 화두 중 하나지만, 점점 일상의 동반자에 가까워졌다. 이에, 개인적으로 많은 변화나 영감을 주었던 키워드는 '브런치'였다. 2021년 동안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한 해 동안 꾸준함에 올해의 키워드로 뽑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글을 쓰면서 글쓰기에 대해, 벌써 올해가 되어버린 2022년에 두 가지 목표를 세워 본다. 한 가지는 특이한 소재의 글을 써서 브런치 북으로 브런치 출간 프로젝트에 다시 한 번 응모하기, 그리고 작년에 쓴 글들을 다시 매거진으로 재편해 브런치에서 지원하는 북크크를 통해 자가출판을 하는 것이다. 22년의 키워드는 '출판' or '출간 작가'를 꿈꿔 본다.
P.S. 매번 브런치에 쓴 글들을 첫 번째 독자로서 읽고 교정해주는 나의 아내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 소견하다 : [동사] 어떠한 것에 재미를 붙여 심심하지 아니하게 세월을 보내다.
** 대견할 정도는 아니어서 언어유희로 소견할 정도로 마무리하려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소견이라 함은 동사로 그 뜻과 쓰임에 어울려 있는 그대로 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