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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자정리 Sep 07. 2021

동그란 무지개가 떴습니다.

처음 알게 된 해무리(햇무리)

 지난 토요일. 오래간만에 조금 멀리 온 여행이기도 했고, 며칠 계속된 비가 걷히고 하얀 구름이 군데군데 펼쳐진 파란 하늘을 보니 휴대폰으로 사진 찍기에 바빴다. 파란 하늘은 언제든지 잘 어울리지만 하회마을의 흙담과 한옥과도 어우러지니 더 정감 있게 느껴졌다. 


 그렇게 사진을 찍던 찰날. 


자기야!! 저것 봐, 무지개인가 봐?!


 또 다른 방향의 하늘을 찍던 아내가 흥분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무지개?' 고개를 돌리며 아내를 봤다. 하지만, 넓은 하늘에 무지개는 잘 보이지 않았고, '어디? 어디?' 아내에게 되물었다. 


 그러자 선글라스를 낀 아내는 목을 젖혀 꼿꼿이 하늘을 바라보며 가리켰다. 나도 따라 고개를 들자, 태양 주위로 동그랗게 무지개가 보인다. 난생처음 보는 자연현상이자 반원이 아닌 동그란 무지개였다. 



 너무 신기한 나머지 지나가는 가족에게 하늘을 가리키며 신기한 무지개를 보라며 알려주고 호들갑을 떠는데, 중학생 1~2학년 정도로 보이는 여자 아이가 하늘을 보지도 않고 대꾸한다. 


해무리여요. 


 '해무리? 해무리가 뭐야~?'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더 물었더니, '그건 잘 몰라요' 하고 수줍게 웃으며 가족에게 쪼르륵 달려간다. 슬쩍 가족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귀동냥해보니 아마 조금 전에 아버지가 알려준 모양이다. 귀여운 녀석. 


 어쨌든, 생전 처음 보는 동그란 무지개는 해무리였고, 무지개와의 정확한 차이는 알지 못했지만 내게는 낯선 단어요. 신비로운 자연현상일 텐데 처음 접하는 일이었다. 무지개야 꽤 여러 번 봤던 기억이 있지만, 해무리는 한 번도 보지 못한 것도 신기하다면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내와 나는 그 이후로도 하늘을 바라보며 연신 핸드폰 카메라로 찰칵! 찰칵! 마침, 둘 다 선글라스를 쓴 덕에 태양을 마주하는 게 두렵지 않았다. 조금 부산을 떨며 사진을 찍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고개를 젖혀 하늘을 바라보지는 않았고, 아마도 대부분 해무리를 보지 못한 것 같았다. 


 아까처럼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기도 했지만, 급하게 찾아보니 해무리가 행운의 상징이기도 하단다. 왠지 모르게 나만 이 행운을 누려야겠다는 욕심이 생기기도 하고, 괜히 부산을 떨다 아까 그 가족처럼 이미 다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심함에 핸드폰 카메라에 담기만 했다.


 사진을 찍고 하회마을 한편에 있는 삼신당 신목으로 향한다. 종이에 소원을 적어 신목을 둘러싼 신줄에 매달아 놓거나 QR 코드로 메시지를 보내면 스크린에 글이 나타나고 마치 신목에 메시지가 들어가는 듯한 광경을 연출한다. 

  

신목과 디지털 소원

 

 하얀 종이 위에 각자의 소원을 한 땀 한 땀 적어 낸 아날로그적 소원빌기도 가능하고, 휴대폰으로 간단하게 메시지를 타이핑해서 소원빌기도 가능하니, 이야말로 꽤 괜찮은 시대적 콜라보가 아닐 수 없다. 

 

 로또의 당첨확률을 2배로 높이는 방법 중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로또를 하나 더 사는 것이다. 우리 부부는 당연히 아날로그와 디지털 소원빌기를 다 참여했다. 마치, 진짜 소원의 이루어질 확률이 높아지는 착각 속에 말이다. 


 나는 평범한 소원을, 아내는 다소 세속적이면서 아주 현실적인 소원을 빌어본다. 행운의 해무리를 만난 덕분에 괜한 기대감이 더 생겨난다. '가끔 하늘을 올려보자'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닐지니. 그렇게 우리는 행운의 해무리를 안동 하회마을에서 만났더랬다. 


하회마을 고택 전경

 

 이제 이번 주 당첨을 기대하며 로또를 사면 되는데, 우리는 그날 로또를 사지 못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이천에 들러 도자기 그릇을 몇 개 살 요량으로 잠시 들렸던 것이 화근이 되었다. 차는 막히고, 몇 개의 공방들을 다니다 보니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우리의 행운은 자연스레 다음 주로 이월되었다. 그렇게 믿는다.




충효당에서 찍은 해무리

 

 하회마을을 둘러보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 안에서 본격적인 공부의 시간이 시작된다. 아내가 해무리와 무지개의 차이를 검색하여 들려준다. 간략하게 정리해 보면, '해무리'는 보통 비가 오기 전에 대기 중에 수증기, 얼음 결정 등에 빛이 반사, 굴절되어 나타나는 현상으로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반면, '무지개'는 보통 비가 온 이후 대기 중에 남아 있는 빗방울에 빛이 반사, 굴절되어 나타내는 현상으로 보통 설명이 되어 있다. 


* 사전에 따르면 해무리는 '햇무리'의 북한 사투리라고 한다. 

  실제 사전에는 햇무리가 등재된 단어이며, 사전적 정의는 '햇빛이 대기 속의 수증기에 비치어 해의 둘레에 둥글게 나타나는 빛깔이 있는 테두리'로 설명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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