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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자정리 Aug 03. 2021

세상을 구하는 그대여!

Thanks to you

 지난, 일요일에 오래간만에 극장에 갔다. 꼭 보고 싶은 영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영화표가 있어 더위도 피할 겸 극장을 다녀온 것인데, 보고 온 영화는 '모가디슈'. 모가디슈란 소말리아 수도 이름으로, 1990년에 벌어진 내전 상황에서 대사관 가족과 공관 직원들의 목숨 건 탈출기다.


 실화라고 하면 아무래도 몰입과 공감이 자연스럽다. 또 영화를 다 보고 나와서는 엔딩 이후 결말이 더 궁금하거나 실제와 다르게 얼마나 각색되었는지가 궁금하기 마련. 조금 검색해 보니 실화를 모티브로 각색한 만큼 영화적으로 풀어낸 부분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긴장감도 시종일관 잘 유지되고 잘 만든 영화였다. 다만, 생사가 오가는 그런 일들이 늘, 지구 곳곳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꽤 낯설게 느껴졌다. 



 1990년이라고 하면, 나는 스포츠머리의 중3이었던 때. 세상이 오직 내 중심으로만 돌아가던 때랄까? 지구 저 편에서 내전이 나고 수많은 목숨이 희생되어도, 나에게 중요했던 것은 오로지 학교에서 별 트러블 없이 잘 지내는 것이었고, 기왕이면 성적이 올랐으면 하는 고민은 있었지만 공부는 열심히 하지 않았고, 그저 출처를 알 수는 없는 10대의 감정적 방황으로 모든 기력을 소진하던 때였다.  


 내가 10대의 성장기에 갇혀 있을 때, 동시대의 지구 곳곳에서는 국가나 자신의 가치관을 지키고자 총알이 빗발치는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 그런 영화 같은 일이 실존했다.




 혹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뉴스를 보지 말아라!'

뉴스의 본질은 새로운 것, 소통을 위한 소식을 듣는 것이지만, 요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그 뉴스라는 것이 기분 좋은 소식이 아니라 화나게 하고 울분을 만들어 내는 스트레스 가득한 소식이 대부분이다. 


 더하여,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나 조직에 의해서 그 내용이 왜곡되고 뒤틀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소식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가치는 흔적 없이 사라지고 논란의 중심도 다른 쪽으로 비켜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그 뉴스가 팩트인가 아닌가 라는 문제로 싸우기도 하니 시쳇말로 답 없는 상황의 연속이다. 

 

 특히나, 정치권의 뉴스는 사실 끊임없는 반목이 있을 뿐이다. 똑같은 사안이 손바닥 뒤집듯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가 매일 같이 하루도 빠짐없이 반복된다. 반대를 위한 반대이고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런 뉴스라면 모르고 지나가도 사실 개인의 인생에 있어 크게 달라질 것도 없다. 


 매일 같이 셀 수 없는 매체에서 되풀이되는 뉴스. 그저, 이슈 자체로 소비되는 뉴스들을 개인이 외면한다면 세상은 한 없이 평화로울 수도 있다. 적어도 내 눈앞에서는 모든 것이 고요하고 내가 컨트롤할 수 있기에...

 



 1990년대, 중, 고등학생들에게 폭발적으로 인기가 있었던 만화가 있었다. 너무나 유명한 '드래곤볼', 국내에 정발 된 것은 1989년 12월*이라고 한다. 중, 고등학교 때 출간되자마자 책을 학교에 가져오는 친구가 늘 한 명쯤 있었고, 서로 먼저 보겠다며 투닥거리는 것이 그때의 교실 풍경이었다. 레전드라 불리는 만화다 보니 얼마나 인기가 좋았는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부연 설명은 필요 없으리라.


 드래곤볼 스토리 상 가장 흥미진진한 대목 중 하나가 바로 우주에서 내퍼와 베지터라는 사이어인이 우주비행선을 타고 지구를 점령하러 왔을 때인데, 당시 손오공과 친구들은 그 두 명의 사이어인을 물리치기 위해 자신들의 목숨을 내던지기도 한다. 간단하게 말해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 목숨 걸고 싸웠던 것이다. '안녕'을 외치며 자폭을 하거나, (몸속에 폭탄이 있는 것도 아닌데...), 개죽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의지만으로 우주로부터 온 악을 처단하겠다는 투지를 보여 준다.


차오즈의 허무한 자폭 이후 [출처: Dragonball 완전판 직접 촬영]


 치열한 전투의 마지막. 드래곤볼의 주인공 손오공은 지구의 모든 생명체로부터 조금씩 기(氣)를 받아 원기옥을 만들어낸다. 그 원기옥으로 베지터를 물리칠 수 있었기는 한데... (이후, 개인적으로는 프리더까지가 딱 좋았다.*) 


 어쨌든, 드래곤볼의 이야기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어디 손오공뿐이랴. 슈퍼맨, 최근에는 어벤저스까지. 어쩌면 말이야. 우리가 알지 못했을 뿐이지 지금도 누군가는 지구를 위해 자신의 기(氣)를 뿜어내며 싸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을 구하는 그대여. 내 비록 그대를 잘 모르지만, 고맙고 끝까지 힘내시길! 언젠가는 그대의 활약이 뉴스로 알려지길 기대하며...




* 한국에서 해적판이 아닌 정식으로 소개된 것은 서울문화사가 내던 아이큐 점프에서 1989년 12월 14일 나온 별책부록을 통해서다. [출처: 나무 위키]


* 드래곤볼은 약 12년까지 연재되었다. 완전판 기준 34권. 개인적으로는... 사이언인의 침공 이후, 나메크성에 가서 기뉴 특전대와 프리더의 싸움도 스토리상에서 박진감 넘치는 지점인데, 딱! 프리더까지 하고 마무리했다면 이야기는 더 깔끔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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