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우리 때만 해도 지혜롭고 덕망 있고 건강한 신체를 가진 사람을 일컬어 지덕체가 갖춰졌다 말했었다. 요즘말로 하면 엄친아 정도 되려나?
사실, 지덕체 이론은 과거 사회적 담론이자 교육의 세 가지 체계였다. 교육학 측면에서 지와 덕의 중요함은 늘 강조되어 왔지만 상대적으로 체육분야의 교육은 중요시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서 체육은 순수하게 몸을 단련하는 것을 시작으로 시대적으로 범위가 의학 및 군사 훈련 등으로 확대되었고, 국가의 부강이라는 거대담론으로 수렴되어 '체'를 포함한 '지덕체'가 19세기 교육의 중요한 구심점으로 변모하는 과정이 있었다 한다.
디짐의 회원들은 운동을 위한 모임이기에 일단 '체(體)'를 갖춘 이들이다. 딱히 부연설명이 필요 없으리라.
나머지 두 개인 지와 덕을 보자면 회원들 대부분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다. 전문직이라 하면 국가가 인정해 주는 직업을 가진 이도 있고,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 프로페셔널한 역량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때문에, 회원 모두 다 면면히 '지(智)'에 대한 함양은 결코 모자람이 없다.
특히, 국가에서 인정해 주는 자격. 그러니까 자격증이라 함은 보통 나라에서 이 사람은 이렇다, 이럴만한 일을 할 수 있다고 공인해 주는 것으로 보통 성인남성이라면 운전면허증이 유일무이한 경우가 보통이다.
디짐의 경우 전문직이 많은 편이라 나라에서 OOO 씨는 이런 자격이 있습니다라고 인정해 주는 이들을 포함하여 그 외 인생 이모작을 위한 자격증을 보유한 이가 꽤 있다. 더하여, 운동 모임에 진심이어서인지 생활체육지도사라는 국가공인 자격증을 가진 이가 무려 3명이다.
무엇이든 그 깊이가 깊어지면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물음에 직면하기 마련이다. 디짐의 관장은 디짐 이전에 이미 생활체육지도사 자격증을 땄고, 개국 공신인 특별회원 C와 S가 작년에 그 어렵다는 자격증을 단번에 따 버렸다. 1년에 딱 한번 있는 시험으로 필기, 실기 등으로 많은 준비를 해야 하는 자격증임에도 역시 지, 덕, 체의 표본을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두 사람의 성공은 또 다른 이에게 자극을 주어, 올해 영문학 박사이자 교수인 K가 디짐 4번째 생활체육지도사에 도전했으나 필기에서 떨어졌다고 한다. 지식인으로써 전혀 부족할 것이 없는 한 사람의 낙방으로 생활체육지도사 자격증의 권위가 더 단단해졌다. 누군가의 실패가 있어야만 그 성공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법.
내년 K의 재도전을 지켜볼 일이다.
사실, 자격증뿐만 아니라 디짐에는 다양한 직업과 타이틀을 가진 회원들이 많다. 또 저마다 자신의 전문 분야나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아 브런치, 유튜브, 블로그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책을 쓰거나 출판한 회원들도 적지 않다.
회원들의 직업을 나열하자면 그저 자랑밖에 되지 않을 것 같다. 지덕체라 함은 자신을 드높이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나 스스로에 대한 존중이자 완성의 방향성이다. 단순하게 좋은 직업 내지는 외부로부터 인정받은 타이틀로 '지'에 다다랐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남들이 인정해 주는 백그라운드가 될 수는 있어도,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 그 수준까지 도달하기 위한 열의와 노력이 그 본질이 되어야 한다.
더하여, 덕이란 꽤나 여러 해석이 가능한데, 살아온 면면을 보자면 행실에 모자람 없이 도덕적으로 올바르게 살았는가 정도가 가장 명료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한치의 부끄럼이 없지 않다. 창피함을 아는 것이 중요한 법이다.
무릇 지성인이라면 염치가 있고,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지를 위해 배우고 깨닫고 부끄러움이 무엇인지 아는 과정으로 통해 관계를 배우고 덕을 쌓아 간다.
더 나은 지와 덕을 매일 같이 갈고닦고, 이를 잘 담을 수 있는 체를 위한 운동을 매일 같이 하는 것이 바로 디짐이다.
매일 같이 밥벌이를 위해 머리를 쓰고, 사람을 만나고 지치지 않게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운동을 하는 것이 삶에 대한 우아한 표현인 것 같기도 하다만, 간단하게는 운동 끝나고 사람들과 술 마시는 것이 인생이 행복인 것처럼 인생사 다 거기서 거기일지도.
그리고 우리는 또다시 자신의 본업과 운동을 통해 지. 덕. 체를 반복한다. 그게 인생이자 삶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