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회자정리 Apr 29. 2021

똠양꿍은 밖에서 사 먹는 게 더 나을지도...

(Taipei, 태국) But! 집에서 만들어보기 도전

 똠양꿍을 제일 처음 먹어본 것이 언제인지가 아리송하다. 비슷한 걸 먹은 기억이 있는데, 그것이 똠양꿍인지 확실치 않다. 20여 년 전 이야기니 그런걸까?


 미국 어학연수 시절, 수업이 끝나면 클래스 친구들과 해피아워(Happy hour)* 시간에 맞춰 맥주 한잔 마시거나 주말에는 조촐하게 친목 모임을 하곤 했다. 모임이라고 해봐야 친한 친구들끼리 팟럭 파티(Potluck party)*로 자국의 음식을 해오거나 스낵, 맥주 등 먹거리를 사 와 수다 떨며 노는 정도의 소박한 파티였다. 당연히, 잘은 못해도 영어로 대화를 해야 했고 놀면서 영어공부도 할 수 있다는 우리만의 당위성까지 갖추고 있었으니 그만한 유희가 없었다. 주객이 전도된 것을 빼고는 뭐 딱히 틀린 것도 없다.


 어느 날, Anak이라는 태국 친구 집에서 모인 적이 있었는데, 다른 학교를 다니는 Anak의 태국 친구들도 함께 했었다. 처음 본 사이지만, 어쨌든 모두가 이방인이라는 동질감에 금방 친해졌고, 웃고 떠드는 사이 태국 친구가 처음 보는 묘한 음식을 만들어 내왔다. 주황색의 수프와 같은 모양새였고, 야채 건더기가 보이고 새우가 있었다. 주황색 수프를 한 스푼 먹었을 때, 그 맛은 인생에 있어 처음 경험해 본 생소한 맛이었다. 하지만, 거부감은 딱히 없었다. 오히려, 새곰하면서도 독특한 향에 매료되어 맛있게 먹었던 기억만 있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그 음식 이름을 물어봤는지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수프의 색과 독특한 맛이었다는 것만 생각 날뿐. 이후, 한국에 돌아와 똠양꿍을 언제 다시 경험해봤는지도 역시 기억나지 않는다. 모든 음식의 처음을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첫 똠양꿍의 경험은 여전히 아리송하다.




 요즘 아내와 태국 음식점에 가면 똠양꿍은 즐겨 시켜먹는 메뉴 중 하나다. 아내가 특히나 좋아하기도 하고 나도 즐기는 음식이기 때문인데, 좋아하는 하지만 집에서 선뜻 만들어 먹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똠양꿍은 향신료나 부가적인 재료 등 필요한 것이 많고 똠양페이스트가 있어야 제맛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전문 수입 전문몰에서만 구매를 해야 해 딱히, 시도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마트에서도 다양한 소스를 잘 구비하고 있어서 기회가 되면 해봐야겠다는 마음만 있었는데. 어제가 딱 그런 날이었다. 어제저녁 무렵, 아내와 산책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오징어를 하나 사려고 이마트에 들렸다. 오징어 옆 근처 매대에서 채소가 뭐가 있나 구경하던 찰나, 레몬그라스와 고수가 파격 세일 중이었다. 싱싱해 보이는데도 무려 40% 세일, 아~ 똠양꿍의 기회는 이렇게 오는가?


 똠양꿍을 만들기로 마음먹고 소스 매대에서 필요한 재료를 추가 구매했다. 요즘은 왠만한 소스는 마트에서 다 구매가 가능하니 참 좋은 세상이자 또, 그만큼 요리가 쉬워졌다. 변화된 세상의 지원을 받아, 핵심 재료로 똠양 페이스트, 버섯, 코코넛 밀크 등을 구입하고 집에 돌아와 재료를 펼쳐보니, 똠양꿍 하나 하는데 필요한 게 너무 많다. 누가 그랬던가? 요리의 절반은 재료 준비라고... 몇 가지 재료만 있으면 집에서 만들기는 사실 어렵지 않다.


but, 하지만, 똠양꿍은 집에 활용 가능한 재료가 충분치 않다면, 해 먹기보다는 사 먹는 것이 더 나을지도... :(


할인으로 시작된 똠양꿍


완성된 똠양꿍



똠양꿍


1. 필요한 재료를 준비한다. (똠양꿍의 주재료는 구매 필수인 것을 감안해 주세요.)

2. 올리브 오일에 마늘, 방울토마토, 건새우를 볶아 향을 낸다. (집에 칵테일 새우 밖에 없어서 건새우를 넣음. 생새우가 있어 머리를 쓸 수 있다면 머리를 볶아주세요.)

3. 적당히 향이 올라오면 새우(일부)와 버섯(일부)을 넣고 볶는다. 이때 생강을 조금 다져서 넣는다. (똠양꿍에서는 갈랑갈(백 생강)을 넣지만, 구하기 쉽지 않아 일반 생강을 손가락 한마디 정도 다져 넣어주세요.)

4. 양파, 파, 페이스트를 넣고 적당량의 물을 넣는다.

5. 레몬그라스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넣는다. (향을 더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두드려서 넣어야 함)

6. 남은 버섯, 새우 재료를 넣는다. (한꺼번에 넣어도 되지만, 향을 좀 더 내려고 일부를 먼저 볶아냄)

7. 적당히 끓어 내면서 간을 보고 피시소스, 레몬 쥬시(or 라임), 치킨스톡을 넣어 간을 맞추고 풍미를 높인다.

8. 마지막으로 코코넛 밀크를 최소 5큰술 정도를 넣는다. (취향에 따라 조정)

9. 취향에 따라 고수를 추가하여 먹는다.


올리브오일에 향 내기 / 페이스트 넣고 레몬그라스 넣고 끓이기 / 마지막에 코코넛밀크 넣기


똠양꿍 재료 - 필수는 똠양페이스트, 레몬그라스, 새우, 코코넛 밀크, 버섯 정도


* Happy hour : 바나 펍에서 오후 4시~6시 사이 한두 시간 정도 저렴한 가격에 주류나 안주를 파는 것

* Potluck party : 참석자들이 요리를 해오거나 먹을 것을 사 오는 파티 문화

매거진의 이전글 빨간색 마녀 수프, 보르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