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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정을 베풀어요

평생 간직할 추억

by 엔엘굿

내가 사는 지역엔 지역민만을 위한 캠핑장 시설이 있다. 아파트에 둘러 쌓인 곳인데 바로옆엔 초대형 마트가 있고 그래도 비교적 넓은 공간의 캠핑장이다. 이 캠핑장에는 흔히 볼 수 있는 캠핑사이트부터 카라반까지 정말 다양하다. 이곳의 장점은 바비큐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캠핑장에 와서 다들 바비큐부터 한다. 사실 야외에서 고기를 굽고 술을 마시는 즐거움이란 정말 상상만 해도 좋다. 오늘의 주 메뉴는 삼겹살과 목살 거기에 회까지 완벽하다. 야외에서 고기와 술을 먹으며 회까지 먹는 것이다. 그날도 열심히 고기를 구우며 소주를 곁들여 회까지 먹었다. 그런데 갑자기 건너편 카라반에 있던 사람들이 웅성이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었지만 큰소리가 나니 얼굴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 다급해 보이는 게 건너편 내가 있던 곳까지 들렸다. 어렴풋 느낄 수 있던 건 아이가 없어졌단다. 두 아이의 아빠인 나는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었다. 그래도 대놓고 볼 수 없기에 힐끔거리며 살폈다. 그런데 갑자기 내 등뒤를 누군가 퍽 하고 손으로 쳤다. 아프지는 않았다. 그냥 그저 약간의 자극으로 신경이 쓰였을 뿐이다.


그 자극은 약 5살쯤 돼 보이는 아이의 손이었다. 아이는 나를 꼭 껴안았다. 아니 꼭 껴안고 있었다. 아이가 놀란 게 아니라 내가 놀랐다. 나를 껴안고 있는 아이를 쳐다보면서 세상에서 가장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건너편 카라반 사람들이 뛰어 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는 동시에 나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엄마인 듯 보였다. 비교적 젊었고 생기가 넘쳤다. 그 엄마인 것 같은 사람이 나에게 말하길 아이가 가끔 그런다고 했다. 갑자기 없어지고 어딘가에서 나타나는데 꼭 누군가를 안고 있다고 한다. 오늘은 나였다. 그런데 이상하건 기분이 너무 좋았다는 것이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우리 딸 아들을 키울 때 딱 이런 느낌이었다. 지금은 너무 커버린 그래서 나에게 안기지 않는 아이들. 나 역시 가슴이 몽글거렸다. 그 순간 옛 추억이 생각났다. 나는 아이들에게 무등 태워주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나를 안고 있던 아이를 쑥 올려 무등을 태워줬다. 순간 아이 엄마는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아이는 정말 좋아했다. 그 배시시 웃는 웃음소리가 무등 아래 내 얼굴까지 들려왔다, 우리 아이들도 이런 웃음을 나에게 들려주었던 기억이 났다. 아이 엄마는 안심했는지 방실 방실 웃고 있었다. 나는 무등을 태운채 한 바퀴 휙 돌았다. 아이는 그게 더 재미있었는지 크게 웃었다. 아이가 웃자 모든 사람들이 즐거워했다. 나 역시 기분이 좋았다. 아이 엄마는 미안한지 아이를 내려 달라고 했고 나는 내려 주었다, 아이는 엄마 손에 이끌려 건너편 카라반으로 향했다, 아이는 순간 나를 쳐다보며 방긋 웃었다. 나도 웃었다. 눈이 마주쳤다. 아이가 카라반으로 잘 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나는 나의 자리로 돌아왔다.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며 우리 테이블 사람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 순간 아이 엄마가 갑자기 나는 툭 쳤다. 그러면서 본인들은 집에 간다고 했다. 카라반 예약이 내일까지니 우리에게 사용하라고 했다. 감사하다며 인사를 하고 아이엄마는 유유히 사라졌다. 카라반이 생긴 것이다. 아이를 무등 태워준 대가 치고는 너무 컸다. ,


생각할 겨를도 없이 우리 테이블에 있던 아이들이 뛰어서 카라반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에겐 카라반이 천국 같이 좋은 곳인 듯 보였다. 나는 또 아무 생각 없이 내가 앉은자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곤 우리의 자리도 끝나갔다. 나도 집에 가려고 했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왔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왔기에 갈 수가 없었다. 그 순간 카라반이 생각났다. 카라반에서 자면 된다. 나에게 누군가 주고 간 선물이니 나는 그냥 즐기면 되는 것이다.

한순간 아이에게 베푼 온정의 대가 치고는 너무 크고 좋았다. 카라반을 독차지한 나는 누워서 자유를 만끽했다. TV가 있어서 그동안 정말 재미있게 봤던 영화를 봤다. Rainy day in Newyork 어지러운 듯 정리된 영화였는데 재미있었다.


오늘의 온정을 생각해 봤다. 나는 사실 온정보다는 아이에게 따뜻함을 준 것 같았다. 아이가 나의 따뜻함을 잊지 않고 평생 기억하길 바란다, 나 역시 카라반에서 보낸 하루를 평생 기억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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