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주교 신자이다. 매주 성당에 가고 성당에서 전례 봉사도 한다. 이렇게 내가 참신자가 된 건 사실 오래되지 않았다. 근 1년 새 내 인생이 많이 바뀌었다. 어쩌면 힘들어서 그랬나 보다. 그리고 나이가 들었나보다. 종교가 진부하고 재미없고 따분하다고 생각했다. 믿음도 없었고 주일은 캠핑을 다니며 푹 쉬는 날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내가 변했다. 성당에 가는 재미가 있고 사람들과 교류도 하고 평화를 빌고 있다. 매일 식사 전 기도도 한다. 생각해 보면 참 대견하다. 스스로 선택한 일중에 가장 잘한 일 같다. 내가 이렇게 성당에 열심히 나가는 계기는 물론 힘들어서 였지만, 지금은 성경 구절을 되새기며 매일의 마음을 잡고 있다. 하여튼 나는 요즘 성당에 열심히 나가고 기도도 열심히 한다. 어제도 성당에서 주일 미사에 참여했는데 신부님께서 강론 시간에 마음에 남는 말씀을 하셨다. 고백의 용기에 대해서 말하셨다. 고해성사는 내가 지은 죄에 대해서 하느님의 대리인인 신부님께 죄의 고백을 하는 건데 뉘우침의 성격이다. 그런데 이 고해성사가 참 애매하다. 지은 죄에 대해서 고한다는 것이 그 죄의 판단 자체가 참 애매한 것이다. 가령 매일같이 작은 길을 무단횡단을 한다고 치면 그 무단횡단이 죄가 되는 것일까? 매일 같이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에게는 죄가 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무단횡단이 죄라고 생각이 들면 그때서야 비로소 죄가 된다. 이처럼 죄라는 개념은 참 어렵다. 내가 잘못했다라고 생각이 들어야만 죄가 되기 때문이다.
가끔 부모님과 대화를 하면 너무 답답할 때가 많았다. 시골에서 살고 계시는 부모님은 온갖 잡다한 쓰레기를 태우신다. 태우실 때 살짝 보니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물건 등도 보였다. 나는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며 왜 이런 것들을 태우는지 부모님께 설교 아닌 설교를 해댔다. 부모님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 주는 것을 정말 싫어하시지만 쓰레기를 태우는 행위가 왜 나쁜지 그래서 환경이 오염된다는 게 무엇이 잘못인지 이해를 전혀 못해 신다. 무단횡단과 유사한 사례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생각해 보니 가끔 와이프에게 거짓말을 한다. 늦게 들어가지 않겠다 말하곤 온갖 핑계를 대며 늦게 들어간다. 나는 그게 맞다고 생각한 것이다. 친구들과 놀고 있거나 무언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데 일찍 들어가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거짓말을 습관처럼 하고 또 비슷한 일이 닥치면 반복한다. 이런 나의 행동이 죄일까?
어제 미사시간 신부님의 강론에 내가 죄라고 인식해야 고해성사를 본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덧붙여 말씀하시길 오랫동안 인식이 습관이 그렇게 되어 있다면 인식을 바꾸고 습관을 고치는 것이 어렵듯 죄라고 생각이 든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고 하셨다. 그렇기에 고해성사에서 죄를 고백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하셨다. 마치 우리 아버지가 쓰레기를 태우며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어 쓰레기를 태우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 내가 와이프에게 진심으로 미안해하며 약속을 정확히 지킨다는 것 말이다.
지금까지도 신부님의 강론이 생생하다. 어쩌면 나는 너무 익숙하듯 나 자신을 속이고 적당히 타협하며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기적으로 내가 옳다고만 생각하며 스스로의 무덤 속에 갇힌 것이 아닐까? 많은 생각을 해본다. 열린 마음으로 내가 틀릴 수 있다고 너무 단호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