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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t Jul 20. 2016

에릭소니언의 양 날개

스킬과 메타 스킬

*본 포스트는  <밀턴 에릭슨의 변심>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스킬이 아닌 메타 스킬이 본질적이며 더욱 중요하다는 에릭슨의 생각이 옳다는 데에 저는 이견이 없습니다. 저 역시 그러한 발상의 전환으로 인해 실로 값지고 커다란 경험을 할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스킬이 아닌 메타 스킬만을 강조할 경우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생겨나게 됩니다.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는 법이니까요..


제가 존경하는 또 다른 선배님인 칼 로저스의 경우에도, 자신의 작업방식을 정형화하는 데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유명합니다. 로저스로부터 시작된 인간 중심 상담의 '공감과 경청'이라는 접근이 간단히 이론화되고 인스턴트 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법처럼 확산되자, 로저스는 그에 대해 상당히 분노하며 그러한 정형화 작업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곤 했습니다.


칼 로저스

그냥 맞장구 쳐주고 고개만 끄덕여주면 공감 아니냐고 한 놈들 이리 나와


그런 맥락에서 로저스 역시 학파를 형성하지 않았고 그의 상담 능력을 전수할 수 있는 일관된 이론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조심스러웠기 때문에, 로저스 사후에 인간 중심 상담은 명맥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의 지경에 처하고 맙니다. 로저스라는 구심점이 사라지자 그를 중심으로 움직이던 무브먼트 전체의 동력이 상실되고 만 것입니다.


그 때문에 이름뿐인 로저스 학파는 미국 내에서는 사멸되다시피 하고, 오히려 대서양 건너 영국으로 명맥이 이어졌고, 근래 들어 다시금 꽃이 피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영국이 현대 로저스 학파의 세계적인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로저스의 치료적 접근을 이론화하고 기법화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실제로 오늘날 영국을 중심으로 다시 부흥하고 있는 로저스 학파가 내놓는 결과물들을 보면, 탄탄하고 깊이 있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구체적이고 즉각적으로 사용하고 결과를 측정할 수 있는 테크닉들 역시도 비중 있게 다뤄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에릭슨이 만년에 이르러 학파를 결성하고 자신의 학문을 정형화하는 작업에 마음을 연 것은 실로 신의 한 수였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실제로 에릭슨은 그의 정형화되지 않은 교육을 받은 제자들이 그들 나름대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낸 텍스트들을 접하면서 상당 부분 마음이 움직였었다고 합니다.


본질의 중요함은 결코 양보하거나 타협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그 본질이 펼쳐져 나갈 수 있는 통로로서, 또한 본질이라는 추상적 영역에 도달할 수 있는 징검다리로서의 구체적인 기법과 이론 또한 일정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에릭슨은 알아봐 준 것입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컨퍼런스 개최를 얼마 앞둔 1980년 초에 에릭슨은 세상을 떠나고 말지만, 그의 사후 추모식을 겸하여 성대하게 열린 국제 에릭소니언 컨퍼런스는, 이후 에릭슨의 학문과 업적을 정리하여 세상에 전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되는 '에릭소니언 파운데이션'의 모태가 됩니다.


에릭소니언 파운데이션 뿐만 아니라 그의 후예를 자처하는 많은 전문가들과 단체들이 그의 활동과 정신을 이어받아 활발하게 학문적 & 임상적 작업을 펼쳐나가기 시작했고, 그 결과 에릭슨의 이름은 그의 사후에야 본격적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나 칼 융, 프리츠 펄스처럼 이름 난 거장들 중 많은 이들이 살아서 왕성히 활동하는 동안 명성을 얻은 데 반해, 밀턴 에릭슨의 경우 오히려 사후에 명성과 존경을 얻게 된 데에는 이러한 배경이 놓여있습니다.


오늘날 에릭소니언 학파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여 전 세계적으로 나날이 명성과 영향력을 확대해나가고 있으며, 상담 분야뿐만 아니라 교육, 비즈니스,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며 발전해나가고 있습니다. 사실상 커뮤니케이션과 심리와 연관된 분야라면 어느 분야이든 에릭소니언의 통찰을 가미하여 그 효과를 증대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그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할 것입니다.


앞으로 연구소가 걸어가려 하는 노선 역시도 지금까지 살펴본 맥락과 같습니다.


메타 스킬에 굳건히 뿌리를 내리되 다양하고 화려한 스킬들 역시 버리지 않고 취하는 것. 개별적으로 따로 떼놓고 보면 실속이 없거나 피상적인 스킬들일지라도, 그 하나하나가 강력한 위력을 가지고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거기에 영혼을 불어넣는 것.


한동안 메타 스킬 쪽에 과도하게 무게를 실어주었던 시기를 뒤로 하고.. 이제는 스킬과 메타 스킬이라는 양 날개를 균형 있게 펼치고 너른 창공으로 함께 도약하는 시기로 나아갈까 합니다.


이어지는 다음 글에서는, 에릭슨의 후예들이 어떠한 세력을 형성해 각기 발전해나가게 되었는가를 살펴보려 합니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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